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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마라토너의 천국' 남산 북측순환로>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2.10.22
'시각장애인·마라토너의 천국' 남산 북측순환로>
시각장애인 주말에 1천명 모여…"길 걸으며 자유 느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3살 때 눈이 멀고 나서 한 번도 마음대로 밖을 나가 걸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남산길은 지팡이 하나만 있으면 혼자 마음 놓고 걸을 수 있어 난생처음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폭 8m 길 중간에 놓인 노란 유도블록 위를 하얀색 지팡이로 '딱딱' 짚으며 걸어가던 시각장애인 이미경(63·여) 씨는 21일 다른 장애인 2명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시작해 동국대·필동약수터를 거쳐 교육과학원까지 이어지는 남산 북측순환로 3.3㎞ 구간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갈 곳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천국이자 해방구'다.
차량은 물론 자전거와 이륜차의 통행이 완전히 금지되고 2010년 4월부터 전 구간에 걸쳐 점자 유도블록까지 갖춰지면서 북측순환로를 찾는 시각장애인 수는 평일은 200여명, 주말에는 1천명을 훌쩍 넘는다.
순환로 곳곳에 점자안내도와 음향유도신호기가 설치되고 산책로 외곽에 목재안전펜스까지 세워지는 등 이곳은 시각장애인이 부딪칠까 봐 마음 졸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길인 셈이다.
5년째 이 길을 매일 찾는다는 박영규(58)씨는 "전국에서 여기를 모르는 맹인은 없다"며 "이 곳을 걸어보는 게 소원이라는 지방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화(48·여)씨도 "가을에 소나무 향이나 단풍 냄새를 맡으며 걷다 보면 '눈 안 보이는 게 뭐 대수인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앞 안 보이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서 이제 지팡이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가을을 맞아 각종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마라토너에게도 북측순환로는 천금 같은 길이다.
특히 2007년 순환로 한쪽을 고무 칩·우레탄으로 푹신푹신하게 탄성 포장하면서 전국 3천200개에 달하는 마라톤 동호회가 번갈아가며 이 길을 찾는다.
9월 가평마라톤, 10월 춘천마라톤·경주마라톤 등 굵직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북측순환로에서 준비하는 마라토너들은 하루 평균 200여명.
2003년부터 일주일에 3번씩 이 길을 달린다는 고인식(55·자영업)씨는 "자동차·자전거가 통제되고 언덕길과 내리막길이 골고루 있어 마라톤 연습하기는 최상"이라며 "한강이나 과천·일산 호수공원이 주요 연습장소인데 그 중 남산길이 제일 알아준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4학년 정동훈(25)씨도 "다른 장소에 비해 경치가 좋아서 뛸 때 지루하지 않고 주차공간이나 교통이 편리해서 자주 찾는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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