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건보정책 정치상황에 매우 취약"
"선거마다 보장확대 공약…고액의료비 부담완화 충실해야"
김용래 기자
건강보험 정책의 틀이 정치 상황에 취약하므로 건보정책의 의사결정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적했다.
윤희숙 연구위원은 31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과정을 통해 본 건보 성과지표와 의사결정 책무성 문제' 보고서에서 "책무성이 모호한 건보 의사결정 구조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관철하기에 유리한 반면에 재량 범위가 지나쳐 단기적 정치상황에 손쉽게 이용되는 문제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은 단기적 정치상황에 좌우되고 재원의 효율적 사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식대와 병실료 등을 급여화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식대 보장률을 다시 낮춘 것을 예로 들었다.
건보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적 구호로 강조되면서 `의료비 충격으로부터의 보호'라는 건강보험 본래 정책목표와의 관련성이 상실됐다는 것이 보고서의 시각이다.
윤 위원은 "보장성을 몇% 확대한다는 것은 선거철마다 각 정치세력이 반복하는 공약이다. 건보혜택이 정치 공약으로서 갖는 매력이 큰 상황에서 건보 관련 의사결정과정의 책무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의 관계가 모호해 의사결정의 책임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책임 아래에 결정돼야 할 사항과 위원회에서 보험자와 공급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될 사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사회정책적으로 주요한 사안을 이해그룹이 대거 포함된 보험관련 협상기구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법률에 따라 행정부의 책임 아래 관련 결정이 내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지출 상한, 보험료율, 급여포함 원칙 등은 사회정책적 중요성이 크고 사회복지의 근간인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결정이므로 국가가 국민에게 책무성을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개념도 건보정책의 목표에 맞지 않으므로 새로운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가 고액 중증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충격에서 국민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보장성 지표는 경증질환을 포함한 전반적 비용부담률로 정책목표와 괴리됐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또 "그동안의 급여확대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배려나 중증질환의 부담 경감노력 외에 치석 제거, 한방물리 등 논란의 여지가 큰 결정이나 대선 공약을 구현하기 위한 졸속결정 역시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보험 보장성 개념 대신 고액의료비 부담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정책적 목표의 성과를 잘 나타낼 수 있는 `고액의료비용 급여율'을 핵심 지표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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