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아이가 안경을 쓰고도 앞을 잘 볼 수 없는 시력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면 부모한테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는 바로 '약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약시는 시력저하가 있으면서 안경교정으로 정상시력이 되지 않고, 시력표에서 두 눈 간에 두 줄 이상의 시력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말한다. 흔히 '게으른 눈'으로 불리는 약시는 서양에서 성인 한쪽 눈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무서운 질환이다.
특히 치료 시기에 따라 완치율이 좌우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약시, 만 4세에 치료하면 완치율 95% = 대한안과학회가 국내 9개 대학병원에서 어린이 약시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 4세에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은 완치율이 95%에 달했다. 반면, 만 8세에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은 23%만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시 치료에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학회 이사장 곽형우 교수는 "치료시작 시기가 빠를수록 약시 치료 효과가 좋은 이유는 시력이 만 8~9세 때 거의 완성되기 때문"이라며 "이 전에 약시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만 8세 이후에는 약시 치료를 해도 시력이 좋아지기보다 악화하는 것을 막는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곽 교수는 덧붙였다.
◇ 약시의 주요 원인은 부동시와 사시 =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 약시의 원인은 양쪽 눈의 시력이 같지 않은 부동시(짝눈)가 56%, 사시가 42%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부동시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 경우 부모가 발견하기 쉽지 않다. 반면 사시는 쉽게 알 수 있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사시는 두 눈의 시선이 한 물체를 향하지 못하는 경우로, 한 눈의 눈동자가 제 위치에 있지 않게 된다. 한쪽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 바깥쪽으로 몰리는 외사시, 위로 몰리는 상사시가 있다.
만약 사시 증상이 의심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단, 생후 6개월 이전에는 눈 위치가 완성되지 않아 정상임에도 사시처럼 보일 수 있다.
약시의 치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약시환자는 약시가 있는 눈을 쓰지 않고 약시가 없는 눈만으로 사물을 보려 하기 때문에 약시가 있는 눈을 쓰도록 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약시가 없는 눈을 가리는 '가림 치료'와 시력이 좋은 눈에 조절마비제를 넣거나 안경도수를 조절해 좋은 눈을 잘 안 보이게 하는 '처벌 치료'가 주로 쓰인다.
학회 기획이사 한승한 교수는 "가림 치료는 좋은 눈을 일정시간 동안 안대로 가려줌으로써 시력이 나쁜 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돼 시력이 발달할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이때 아이들의 치료 적응을 돕기 위해 TV 시청이나 전자오락 등으로 미숙한 시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 저시력, 아이 시력 장애 유발하는 또 다른 위험 = 평생 시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소아 눈질환으로 약시와 혼동되는 게 바로 저시력이다. 저시력이란 여러 가지 원인 질환으로 일상적인 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시력의 이상이나 시기능 문제를 말한다.
약시는 넓은 의미에서 저시력에 포함될 수 있지만 모든 약시가 저시력은 아니다. 약시는 회복 가능하고 안구 자체에는 이상이 없는 반면, 저시력은 회복이 어려워 재활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저시력의 원인은 다양하다. 백내장, 녹내장 등의 안구질환에서부터 선천성 이상 안구 외상에 이르기까지 시력을 떨어뜨리는 모든 질환이 저시력이 될 수 있다. 이중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원인도 있다. 바로 안구 외상이다.
학회 기획위원 문남주 교수는 "안구 손상을 초래하는 사고의 55%는 25세 이하의 연령에서 일어난다"면서 "대부분 운동이나 놀이 중에 발생하고 이 중 90%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보호자가 가정과 학교에서 위험한 상황을 잘 알고, 어린이에게 보호기구를 착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만 4세 시력검진로 평생 시력장애 예방 = 약시와 저시력 등 평생 시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눈 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조기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눈의 대략적인 도수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영아도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정확한 시력은 아이가 그림이나 숫자를 보고 그것이 무슨 그림인지, 어떤 숫자인지 맞힐 수 있어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어린 아이는 측정이 어렵다.
학회 기획위원 김승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시력은 만 3세 경부터 잴 수 있으므로 이 시기에 안과 검진을 받는다면 약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만 3~4세 아이에게 안과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은 평생 시력 장애를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만 4세 이전이라도 눈을 잘 못 맞추거나, 장난감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 사시가 보이는 경우라면 바로 안과 검사를 통해 눈의 이상 유무 및 굴절이상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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