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원가 인하를 위해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녹지와 도로의 비율을 낮추고 아파트 건축 공기를 단축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의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녹지율과 도로율의 감소는 주택과 상업시설 등의 과도한 개발을 부추기고 애초 보금자리주택 건설 목표와 달리 쾌적한 주거환경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녹지·도로율을 낮춰 토지 원가를 낮추고 아파트 건축 공기를 종전 대비 30%가량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해 연내 시행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국토부가 목표로 하는 분양원가 인하 폭은 종전 대비 5~10%에 이른다.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현행 녹지율 20% 이상, 도로율 15~16%를 각각 소폭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녹지와 도로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판매 가능한 주택용지나 상업용지 등이 늘어나면서 택지비 원가가 인하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국토부는 또 고양 원흥지구와 광명 시흥지구 등의 지구 내 폐교 부지를 무상으로 양도받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이런 원가인하 방안이 모두 시행되면 토지비가 종전 땅값에서 평균 5%, 총 분양가 기준으로 2.5~3% 정도 낮아질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또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때 현행 콘크리트 벽식 구조를 기둥식(라멘) 구조의 ‘장수명 주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바닥은 고강도 콘크리트 등을 사용해 양생 기간을 줄이고, 외부 마감재는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패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현재 평균 745일가량 걸리는 공기를 504일로 30%가량 단축하고 금융비용도 절감해 건축비를 최대 10%, 총 분양가 기준으로는 5%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말 토지비 등 분양원가 인하 방안을 최종 확정한 뒤 지구계획 수립 전인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서울 양원, 하남 감북)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분양원가 인하를 위해 녹지율을 낮추면 그만큼 주거환경이 나빠진다는 점에서 ‘서민들을 위한 살기 좋은 주택단지’라는 애초 보금자리주택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도로율을 낮추면 출퇴근 시간에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외부를 잇는 도로의 병목 현상 등 교통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지주택공사 스스로 공기를 단축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공기 단축을 독려하는 방식은 되레 부실시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도 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어떤 공법의 아파트라도 공기에 쫓겨 무리하게 작업이 이뤄지면 부실시공 위험이 높아지고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공공주택건설본부 관계자는 “공기 단축은 건축공법에 신기술을 적용한 결과일 뿐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며 “녹지율과 도로율도 지구별 특성에 맞는 적정 비율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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