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藥(약)인가 毒(독)인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전세난 해소를 위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과 전·월세 계약 갱신 청구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에서 제대로 기능을 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전·월세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격 통제 정책을 쓴다는 점에서 뜨거워진 시장을 안정시켜줄 것이라는 전망과 결국 단기적인 전셋값 급등, 공급 축소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 어떤 내용이 검토되나 = 지금은 임대차 계약 기간에 주변 전셋값 급등 등의 사정이 생길 때 집주인이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5% 이내에서 올릴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 재계약 또는 신규 계약을 할 때는 인상 폭에 제한이 없다.
민주당 전·월세대책특위가 지난 9일 내놓은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전·월세 계약 갱신 때 금액 인상 폭이 연 5% 범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할 때는 임차인이 위반 금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은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다만 임차인에게 연체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 임대인은 이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박영선·이용섭 의원이 발의한 안과 더 나아가 기존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도 이 제도를 소급적용하는 내용을 담아 조경태 의원이 발의한 안을 통합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 올릴 예정이다.
앞서 한나라당에 당적을 뒀던 무소속 강용석 의원도 이달 초 전·월세 상한선을 지정해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물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토해양부 장관이 전·월세 급등 지역에 대해 가격 상한선을 지정·고시하고 이를 초과해 전셋값이나 월세를 받으면 집주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최장 6년 범위에서 세입자의 임대 계약 갱신을 보장하고 갱신 때 전·월셋값을 최대 5% 한도에서 인상률을 제한하는 한편 임대차 표준계약서와 임대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야당은 이달 임시국회 등원 협상 때 전·월세 대책이 최우선으로 다뤄질 수 있게 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정부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 효과 있을까 =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가가 전·월세 시장에 대한 가격 통제에 나서고, 공권력을 동원해 계약의 적정성을 따질 것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지나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조 의원은 개정안 발의 취지에서 "다양한 정책에도 전셋값은 여전히 고공 상승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간 사적 자치에 맡겨 있던 주택 임대차 계약에 국가가 개입해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도입 초기 어느 정도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선진국처럼 세입자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와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가져올 역작용을 우려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격통제 정책이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중가격을 형성하거나 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단 술일지는 몰라도 결국은 독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존 계약에도 이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계약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재계약을 꺼리거나 신규 계약을 할 때 가격을 대폭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89년 이후 상당기간 전·월셋값이 2년마다 2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집주인이 우월적 지위인 상황에서는 이중계약서가 횡행하는 등 시장이 정책 취지와 다르게 움직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연간 인상률을 은행 예금이자와 비슷한 5%로 제한하면 구태여 골치 아프게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어 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뒤 다른 집에 전세 사는 많은 수요자에게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이 의원이 같은 개정안을 내놨을 때 국토부는 물론 법무부는 `임대인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위헌 소지가 있고 임대 기피에 따른 공급 감소, 보증금 급등 등이 우려된다'며, 법원행정처는 `임대료 인상을 초래하고 계약 체결을 어렵게 할 소지도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비슷한 성격의 이자제한법과 분양가 상한제 등이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나 많은 반대에도 법제화돼 시장에서 기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국회 안팎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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