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1명꼴, 1급서 2급으로…장애인들 "4대강 사업비 조금이라도 복지에 썼으면"



지체 장애 1급인 대전의 신 모(8·뇌병변) 군은 최근 실시한 장애등급 재심사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쉬 마려워"라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신 군의 부모는 "대소변을 가리기는커녕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라며 "단지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등급을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 군은 결국 기다리던 초등학교 입학도 뒤로 미뤄야 했다. 돌볼 가족이 없는데다 장애 1급 아동만이 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



신 군은 지난해까지 자신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매달 60시간 받아왔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의 장애 판정제도가 개편되면서 등급이 하락하고 지원이 끊긴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에 예산을 집중하면서 우려됐던 '복지 사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장애인들의 주장이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복지부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될 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라며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의 일부라도 복지 부문에 투입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제도 개편 뒤 재심사를 받은 장애인 가운데 36.7%의 등급이 하향 조정됐으며 특히 4명 가운데 1명은 1급에서 2급으로 떨어졌다.



복지부는 "가짜 장애인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막무가내식 심사로 장애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근육장애인들의 속앓이도 심하다. 개편된 규정에 따를 경우 근육장애인들은 절대로 1급 판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



복지부는 이번 개편에서 '팔이나 다리 등을 전혀 움직일 수 없어야 한다'고 관련 규정을 강화했는데, 이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해도 최소한의 감각이 남아 있다면 1급에서 제외됨을 뜻한다는 게 장애인들의 설명이다.



근육장애인협회 최명호 사무국장은 "근육장애는 온몸의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진행성을 보이는 병인데 개편된 기준은 이런 근육장애인의 특성을 간과한 처사"라며 "다들 등급이 떨어져 활동보조를 못 받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지만 '감각은 있는' 뇌병변 장애인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대전지역 1급 장애인은 6,000여명. 이 가운데 뇌병변 1급이 1,800명, 근육장애인이 포함된 지체 1급은 3,000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현재 1급 장애인에 한해 지원되는 최대 120시간(성인기준)의 활동보조 서비스도 중단된다. 사실상 이들의 발이 묶이게 되는 것.



장애인 김 모씨는 "등급이 떨어져 활동보조를 못 받으면 낮에 옷도 못 갈아입고 침대에서 움직일 수도 없어 예전처럼 집 안에만 있게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는 이처럼 강화된 기준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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