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 되면 월 180시간 활동보조서비스 끊기고
거동 가능땐 요양보험서 제외 ‘복지 사각지대’
본인부담금도 크게 늘어 “서비스 선택권 줘야”
“끔찍하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 1급 장애인 전순득(66·서울 중구)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가족에게만 맡겼던 노인 돌봄을 사회가 함께 뒷받침하자는 취지로 2008년 7월1일 도입돼 만 2년이 된 이 사회보장제도를 전씨는 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지난 28일 만난 전씨는 “노인요양보험 때문에 1년 넘게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혼자 사는 전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지난해 1월까지 월 18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았는데, 2월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보건복지부가 65살 이상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서비스 대신 노인요양보험을 적용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전씨는 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가 요양서비스를 신청했으나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이유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인요양보험은 1~3급이 되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치매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노인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런 기준에 맞는 우리나라 노인은 전체의 5.6%(30만명)에 불과하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장을 봐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전씨는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현재 서울시로부터 가사간병서비스를 받고 있다. 월 8000원가량을 내고 고작 36시간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돈을 더 낸다고 해도 36시간이 최대치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때는 월~토요일에 활동보조인이 왔지만, 가사간병인은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할 뿐이다.
“말이 너무 하고 싶어요.” 6살 때 수두로 시력을 잃은 전씨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집에는 책과 컴퓨터는 물론, 그 흔한 텔레비전도 없다. 전씨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뿐이다. 그는 “180시간 서비스를 받을 때는 활동보조인과 잠실 석촌호수로 운동도 가고 병원도 다니는 등 가족처럼 지냈다”며 “요즘은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우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1급 중증장애인들은 65살을 넘으면 아예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없거나, 노인요양보험 적용을 받더라도 서비스 시간이 기존의 최대 180시간에서 120시간으로 줄어들어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본인부담금도 크게 높아진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육국장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나이가 들면 더 많은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데, 지금의 제도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정부는 65살 이상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와 노인요양보험 가운데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65살 이상부터는 활동 영역이 줄어들고 노인성 질환 등 요양 중심으로 서비스 내용이 바뀌게 돼 서비스 시간을 줄이고 장애인들도 노인요양보험 적용을 받게 한 것”이라며 “65살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면, (요양보험을 적용받는) 다른 노인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실태조사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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