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무자격자인 불법체류자나 외국인, 교포 등이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거나 위조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건강보험증 불법 도용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29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증 양도·대여·도용 등 불법이용 적발건수는 2007년 477건, 2008년 550건, 지난해 62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3년간 누적 금액은 13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증 불법이용 사례의 26%는 불법체류자나 외국인과 관련돼 있다.
공단 측은 “해마다 적발 금액의 79~88%를 환수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전체 불법이용 건수가 적발 건수의 10배 이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서울 구로구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전국에 불법체류자만 2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발된 건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본인확인절차 간소화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주민번호와 이름만 대면 건강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주민등록증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신없이 바쁠 때가 많아 대부분 주민번호만 입력해 간단하게 확인한다.”면서 “사실상 신분을 속이더라도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전자카드 도입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시범사업을 포함한 비용이 940억원이나 되고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돼 섣불리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에 나선 서울청은 외국인이나 조선족을 고용한 사업주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최근엔 일반인의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은 뒤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제공, 병원·약국에서 사용하도록 도운 서울 강남의 찜질방 업주 이모(44·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의료기관의 묵인 여부, 건강보험 발급과정에서의 공단 직원 공모 여부 등 수사를 위해 건보공단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또 중국에서 조선족이 도용한 건강보험증을 이용해 원정진료에 나선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