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암흑과 위험 속에 한발 한 발 내디뎌야 한다. 마라톤을 할 때 만큼은 다르다. '가이드 러너'와 함께 뛰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마음껏 달릴 수 있어 좋다. 뛰는 게 즐거움이고, 행복함이다.
시각장애인 손병석(55ㆍ경기도 화성시)씨다.
그는 23일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시민공원에서 열린 제14회 호남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날은 68번째 풀코스 완주 도전이었다. 일반인도 쉽지 않은 풀코스 완주를 벌써 67번이나 해냈다. 2013년 첫 마라톤에 도전한 지 4년 만의 기록이다.
결코 혼자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가이드 러너'와 끈으로 서로 팔을 묶고 달린다. '희망의 끈'으로 연결된 장애인과 비장애인, 보이지 않는 두 눈 대신 두 발로 세상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손씨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끌어주는 이가 있어 믿고 달릴 수 있다. 행복하고 항상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손씨의 눈이 돼준 '동반자'는 광주마라톤연합회 소속 한상도씨였다. 풀코스 완주는 물론 마라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는 등 뛰는 것은 자신 있는 한씨였지만,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다. 그러나 함께 완주하고 난 뒤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소중함이 됐다.
한씨는 "함께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 기쁘다"며 "함께 한다고 덜 힘든 것은 아니지만 함께 했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이드 러너가 돼 준 한씨와 함께 달린 손병도씨는 이날 풀코스 완주의 숫자를 하나 더 늘려 '68'로 만들었다. 4시간이 조금 넘는 완주 기록이었지만, 기록은 그에게 큰 의미는 없다. 그에게는 '100회 풀코스 완주'라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도 다 하는 것이다. 저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뛰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목표가 있어야 뛰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뛸 때마다 힘들고, 완주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기록에는 연연해 하지 않고 100회 완주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뛰다보면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다"며 "그 순간을 넘기면 괜찮아지고, 완주하고 나면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달리는 이유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한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다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나 시각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멀쩡한 사람도 교통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기도 한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이라는 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는 "남들이 쳐다보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며 "의식해서 뭐하겠느냐. 내 자신이 중요할 뿐이다"고 했다.
함께 뛰며, 완주의 숫자를 늘려가며 그가 얻은 자신감이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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