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받아 안마 배워… 우리도 돕고 살자" 모임 결성
매주 월요일 일 안나가고 봉사
"국가와 이웃들의 도움을 누구보다 많이 받고 살았으니, 이젠 되갚아야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열흘 앞둔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3층 방에서 김보영(81) 할머니가 무료 안마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노환으로 쓰러진 영감 병구완을 2년 넘게 하느라 팔이 통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30분간 안마를 받으며 "아이고, 시원하다. 선생님 손이 약손이야, 약손"이라고 했다. 이날 김 할머니처럼 안마를 받고 돌아간 주민이 20명이 넘었다.
이날 '무료 안마'에 나선 사람들은 시각장애인 안마사 6명이었다. 모두 이 복지관 소속 봉사단체인 '두드림 안마봉사대' 회원들로, 국가공인 안마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민들에게 무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한다. 봉사대를 이끄는 김기수(70) 회장은 "앞은 안 보여도 안마에는 도가 텄다. 어디가 아프고 나쁜지는 귀신처럼 알아차린다"며 웃었다.
환하게 웃는 시각장애인 봉사단체 ‘두드림 안마봉사대’ 회원들(위). 왼쪽 뒷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민지 사회복지사, 김종수 총무, 구은주씨, 최순자씨, 송남용씨, 김한웅씨, 김기수 회장, 김용발씨, 박내석씨. ‘두드림’ 회원들은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안마를 해줬다(아래).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 복지관을 찾아 안마 봉사를 한다.
환하게 웃는 시각장애인 봉사단체 ‘두드림 안마봉사대’ 회원들(위). 왼쪽 뒷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민지 사회복지사, 김종수 총무, 구은주씨, 최순자씨, 송남용씨, 김한웅씨, 김기수 회장, 김용발씨, 박내석씨. ‘두드림’ 회원들은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안마를 해줬다(아래).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 복지관을 찾아 안마 봉사를 한다. /김지호 기자
'두드림' 소속 안마사들은 지난 2004년부터 안마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이 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던 시각장애인 박내석(70)씨가 "남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삶을 살지 말고, 남을 도와주는 삶을 살아보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박씨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은 아니다. 건설회사에 다니다 1999년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그는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몇 년이 지나니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 했다. "세수·식사·외출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맹학교와 안마원을 수료하고 안마사로 일하는 것까지 모두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35세이던 1988년 충혈된 눈을 방치했다가 실명(失明)한 송남용(65)씨도 적극 동참했다. 그는 시력을 잃은 뒤 이혼하는 상처를 겪었다. 그리고 안마를 배워 초등학교도 못 간 남매를 어렵게 길러냈다. 송씨는 "정부 도움을 받아 안마를 배우기 전까지 생계가 막막했던 시간이 떠올랐다"고 했다.
박씨와 함께 봉사에 동참한 안마사가 5명을 넘자, 2007년 '두드림 안마봉사대'라는 정식 단체가 만들어졌다. '도움을 주는 삶을 살자'는 말에 공감한 복지관 시각장애인 모임 '마실(마음으로 실명을 극복한 사람들)' 회원들이 잇따라 가입했다. 시각장애인 아들을 둔 복지관 자원봉사자 김종수(57)씨도 "봉사단 총무를 맡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복지관은 안마사들의 봉사활동을 위해 8평 크기의 3층 방을 제공했다. 안마 매트 9장을 깔면 꽉 차지만, 주민들에게는 아픈 몸을 치료하는 '안마 사랑방'이 됐다.
안마사들은 주민들에게 '약손 선생님'으로 불린다. 시력을 잃고 세상을 원망했던 장애인들은 '안마 봉사'를 통해 스스로의 상처도 치유했다. 가장 젊은 봉사자 김한웅(29)씨는 "앞이 안 보이다 보니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성격이 밝아졌다"고 했다.
한때 50명에 달하던 회원 수는 현재 7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안마사들은 기업이나 안마소에서 일하면 한 달에 120만~200만원을 번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한다고 월요일 반나절을 쉬면 월 20만~30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회원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료 안마'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한 시간에 5만원 돈인 안마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30만원 돈보다 봉사자끼리 먹는 점심 한 끼, 믹스커피 한 잔, 어려운 사람들의 '고맙다'고 하는 인사 하나가 우리네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며 "앞으로도 월요일마다 몸 불편한 많은 분이 복지관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2/20170412002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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