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저녁뉴스]
시각장애인들의 문자인 ‘점자’에도 일반 문자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점자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 쓰이는 교사용 지도서 등에 대한 점자 번역 규정은 모호해, 시각장애 교사들의 교육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수민 기잡니다.

[리포트]

특수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안승준 씨.

벌써 교직생활 12년차지만, 새 학기를 앞두고 매번 고민이 많습니다.

승준 씨는 시각장애 1급,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수업을 설계해야 하는데, 점자로 된 교사용 지도서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승준 교사 / 시각장애 1급
"새로운 문제 유형, 수능에서 최근 경향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면 경향과 맞춰진 지도서의 지도 방향이나 문제 유형들을 저도 많이 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구시대적인 교육을 하고 있진 않을까…"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는 문자.

배우고 가르칠 때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현재 시각장애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국립특수교육원을 통해 점자 번역이 되고 있지만, 교사용 지도서는 의무 점역 대상이 아닙니다.

시각장애 교사들은 머릿속으로 수업 설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최근 여러 과목을 함께 가르치는 융합 교육이 학교 현장에 도입되면서, 시각장애 교사들의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찬홍 교사 / 시각장애 2급
"자유학기제 같은 경우라든가 융합수업을 해야 할 경우에는 제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 선생님들과 융합해서 수업을 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제 전공이 아니다 보니까 다르게 참고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시각장애인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려면, 교과용 도서의 다양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교사들의 역량이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학교 교육의 질도 악화된단 겁니다.

점자를 공식 문자로 인정하는 '점자법'이 오는 5월부터 시행되지만, 교사용 지도서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강완식 전 정책실장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점자법) 시행령에서도 그 부분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다 보니까 사실은 해석하기 나름이거든요. 예산이 적으면, 교과서가, 지도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까 선생님들이 고생해서 가르쳐야 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죠."

전국 시각장애 교사의 수는 50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점자법 시행령에 대한 현장 의견을 다음 달 말까지 계속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이수민 기자 eye@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