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작지만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엮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9일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 ‘경산시 어르신복지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복지관이 운영 중인 ‘자서전 쓰기반’에서 1년 동안 공부해 온 12명의 어르신이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각자 한 권씩 책을 엮고, 이날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연 것이다.

어르신들이 책을 내기까지는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김민영군(국어교육과 3년), 손현빈양(사회복지과 4년) 등 대학생들이 어르신의 멘토가 되어 글쓰기를 도왔다. 어르신들이 메일로 글을 보내오면 첨삭과 맞춤법 교정을 해주고, 2주에 한 번씩은 직접 만나 의논하기도 했다. 멘토로 참가한 정재명군(사회복지학부 1년)은 “어르신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송정준 관장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억 저편의 추억을 더듬어 유년, 청년, 장년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경험과 지혜가 잘 녹아 있다”며 미리 읽어본 자서전을 한 권, 한 권 소개하며 칭찬과 격려를 보냈다.

교사로 정년 퇴직한 조성호 어르신은 ‘나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며’에서 교사생활을 하며 지내온 날들과 미술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지금도 어릴 때 꿈꾸던 그림을 그리며 보람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했다. 김동춘 어르신은 ‘과거를 회상하며’에서 공직생활 동안 겪은 이야기를, 정규자 어르신은 ‘인생길을 되돌아보며’에서 7남매 맏며느리로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를, 이순희 어르신은 ‘행복’에서 간호사로 일해 오다 만학으로 음대에 입학해 꿈을 찾은 이야기를 각각 담았다.

또 이정자 어르신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에서 어릴 때 한 눈을 잃고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지영 어르신은 ‘긍정의 힘 감사하는 삶’에서 부모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권수택 어르신은 ‘내가 걸어온 길’에서 어린 날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그려내며 자기성찰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자 하는 바람을 적었다.

김옥자 어르신(‘나의 사랑하는 나의 발자취’)은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며 보내는 편지글을, 성보희 어르신(‘꿈이 있어 행복했다’)은 딸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공부를 제때 못하고 만학으로 공부한 사연을, 신정자 어르신(‘나를 돌아보는 거울’)은 호스피스로 자원봉사를 해 온 이야기를, 엄진숙 어르신(‘나의 인생 나의 이야기’)은 아이들과 어르신을 상대로 이야기 할머니와 상담가로 살아가는 삶을, 최병식 어르신(‘순간을 돌아보며’)은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여행을 통해 힘을 얻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살아온 삶이 다양하듯 자서전의 내용도 제각각이지만 이날 어르신들은 자서전을 받아들고 함께 감격했다. 어르신들은 ‘지난 삶을 되돌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부끄럽지만 자녀와 손자, 지인이 읽어주면 만족한다’ ‘내용을 더 보강하고 다듬어서 제대로 된 책을 내고 싶다’ 등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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