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중요한 순간마다 차별에 가로막혀 꿈을 접을 뻔했어요. 하지만 후학을 길러야 차별이 없어지겠다는 생각으로 극복했죠."

오윤진(48)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36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장애인 차별이 없어지려면 교육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서 장애인 고학력자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 후학 양성에 힘쓰는 오윤진 교수 [세종사이버대 제공]
오 교수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4살 때 시신경 수술 도중 의료사고로 시력을 천천히 잃고 말았다.


장애는 그를 좌절시키지 못했다. 대전맹학교 중등부, 서울국립맹학교 고등부에 진학했고, 학력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를 좌절시킨 건 오히려 사람이었다. 지원한 대학교 여러 곳이 '시각장애인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퇴짜를 놓았다. 그를 받아 준 곳은 중앙대였다. 1989년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꿈을 심어준 것도 사람이었다. 수험생 때 매일 저녁 교과서를 읽어주며 학력고사 준비를 도와준 대학생 봉사자를 보며 사회복지학 교수를 꿈꿨다.

교사였던 부친은 특수교사가 되길 원했다. 오 교수는 "중학교 때 '맹인 1호 박사' 강영우 박사님 전기를 읽었는데 그때부터 유학을 생각했다. 부모님도 나를 말릴 수 없었다"며 웃었다. 그날부터 영어 단어를 하루 10개씩 외웠다.

오 교수는 "장애인 복지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장애인이 있으면 그 가족들도 정서적 갈등을 많이 겪는다"고 설명했다.

더 폭넓은 공부를 위해 1995년 미국 피츠버그대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생 시절 사회복지 실습을 하다가 만난 아내가 뒷바라지했다. 오 교수는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며 멋쩍은 듯 말끝을 흐렸다.

꼭 10년 만인 2004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했으나 다시 한 번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원하던 대학에 최종 임용됐는데 기존 교수진의 반대에 부딪혀 임용이 취소됐다.

온라인 게시판에 교수들이 올린 글에는 텃세는 물론 장애인 차별 발언까지 담겨 있었다. 그는 "글을 '읽다가' 손가락이 분노로 떨렸다"면서 "이후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차례 임용에 낙방했는데 한동안 마음이 정말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2005년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게됐다. 오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회복지학 강의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부와 함께 시각장애인 고등교육 활성화 방안도 연구한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 후학 양성에 힘쓰는 오윤진 교수 [세종사이버대 제공]
최근 주력하는 연구는 '이(e)러닝'이다. 그는 "장애인 특례입학제도가 생기는 등 과거보다 고등교육 기회가 많아졌지만, 아직 물리적·환경적 제약이 많다"면서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장애인 교육 환경을 다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 교수는 "지금은 솔직히 기업·기관들이 의무고용률 때문에 '사회복지' 개념으로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면서 "고학력 장애인이 많아지면 정말 '능력이 좋아서' 장애인을 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20 08: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