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에 음표 대신 점자로 된 악보를 손으로 짚어가며 연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한 달에 1회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눈빛이 아닌 마음으로 행복을 전하는 시각장애인들이다.
악기를 익히기까지 비장애인보다 두 배의 힘든 고통도 있었다.
강사가 피아노로 연주한 음을 귀로 익혀 손가락 하나하나 짚으며 배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움의 고통은 그들의 음악을 듣고 보내온 따뜻한 박수 소리에 잊혀졌다.
도움을 받는 ‘사회 약자’가 아닌 어려운 이를 도울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복지관 문화예술 봉사단
동구노인요양원 등 12곳서 문화공연
울주군보건소 봉사단 ‘희망나누미’
재가장애인 10여명 취약계층 찾아
이들처럼 울산지역에는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한 재능기부 봉사활동이 활발이 일어나고 있다.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문화예술 봉사단은 지난해 동구노인요양원 등을 포함한 12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 공연봉사를 펼쳤다.
봉사단에 가입된 시각장애인 30여명은 공연봉사로 장애인 재능나눔과 소외계층 문화 향유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봉사단은 한울림(기타공연) 온세미로(국선도 시연회), 아이리스(오카리나공연), 두드림(북·난타공연), 라온제나(합창공연), 물꼬(사물놀이공연)로 구성됐다.
이들은 복지관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각분야별 전문교육을 1년 이상 이수 한후 1년에 평균 10회 이상 찾아가는 공연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정희례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재활 팀장은 “장애인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삶에 보람과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며 “누군가의 강요없이 스스로 연습하면서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울산 울주군보건소 장애인 봉사단 ‘희망나누미’도 지역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희망나누미’는 2008년부터 매년 재가장애인 10여명이 소외된 취약계층을 찾아 레크리에이션, 환경정비, 네일아트, 금연서포터즈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장애를 극복하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약 중인 조영래 강사는 올해 희망나누미에서 레크리에이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 강사는 28년전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11년 울주군 지체장애인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장애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조 강사는 ”어려운 봉사를 하기보다 장애인이 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맞춤형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며 “노래와 레크리에이션으로 장애인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발소를 운영하다 후천적 장애를 겪은 백영복(70)씨도 불편한 신체에도 매년 요양원을 찾아 이발서비스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울주군보건소 관계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후천적 장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장애를 극복한 희망나누미 회원들의 활발한 나눔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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