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한 후 어려운 살림을 이어가면서도 16년간이나 남몰래 선행을 실천해온 ‘얼굴없는 천사’가 뒤늦게 알려졌다.
울산 중구 학성동에서 천도문(門)공장을 운영하는 이명임(여·65)씨.
18년전 남편과 사별한 그는 문공장을 혼자 운영하며 중·고·대학생인 2남1녀를 부양하는 힘든 처지가 됐지만 이웃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오히려 자신을 추스리는 힘으로 삼았다.
그의 선행은 16년전인 1997년 중구지역 동주민센터에 남몰래 라면과 쌀 등을 가져다놓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떻게 알았는지 동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오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완강히 부인하며 선행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신분이 노출될 지경에 이르자 그는 다른 동주민센터를 찾아 아예 용달차를 시켜 라면과 쌀을 가져다놓고 사라졌다. 이 일은 무려 8년동안 계속됐다.
그러던 2005년 어느날 그는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됐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다가 옆에서 치료를 받던 복지관 관계자가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바로 기부를 결심한 것이다. 이씨는 “잠깐 그 시간을 스쳐갈 수도 있었지만, 평소에 한 곳을 지정해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솔깃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그동안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부한 물품과 성금은 약 1000만원에 이른다. 2005년에 처음 기부한 악기(키보드)는 지금의 시각장애인복지관 합창단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이씨는 한때 뇌졸중으로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치료를 해야 했지만 기부를 멈추지는 않았다. “뇌졸중이 완치된 것이 아니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14년을 살아왔는데, 아직까지 후유증이 오지 않은 것을 보면, 기부를 한 은덕이 아니겠냐”면서 즐겁게 웃었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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