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 청사 내외부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오후 울산시청 햇빛광장. 시각장애인 1급인 유재국(32)씨가 흰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청사 정문으로 향했다. 도로에서부터 햇빛광장을 지나 청사 정문 앞 계단까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있는 상황. 하지만 대리석으로 된 점자블록의 색깔이 ‘회색’인터라 바닥색과의 구별이 쉽지 않았다.
유씨는 “전맹이 아닌 약시의 시각장애인은 색상으로 점자블록을 구별하기도 하는데, 회색의 점자블록과 바닥과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보행이 어렵다”면서 “또 점자블록이 돌로 돼있어서 그런지 돌출돌기를 발로 밟아봐도 다른 바닥과의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보통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황색이 원칙이다. 황색은 대부분의 저시력인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점자블록에 다른 색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변 바닥재와의 명도가 70%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
하지만 울산시청 햇빛광장의 점자블록은 주변 바닥과 거의 유사한 색을 보였다. 햇빛광장에는 이전까지 황색의 점자블록을 사용해왔지만, 최근 바닥 공사를 새로 하면서 대리석으로 된 점자블록을 깔게 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청은 유동인구가 많아 햇빛광장의 미관도 고려해야 했고, 점자블록의 황색이 비나 햇빛, 오염물질에 노출돼 색이 바래지는 현상이 발생해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당장 환경을 개선할 수는 없지만,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점자블록을 점차 교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청사 곳곳의 일부 점자블록도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돼있었다.
특히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앞의 점자블록은 문이나 통로 전면에 있어야 하지만, 화장실 옆 벽이나 엘리베이터 옆 벽쪽까지 깔려져 있었다. 자칫하면 시각장애인들이 벽을 엘리베이터 문으로 착각하는 혼동을 줄 수도 있었다.
시청 청사에서 외부로 빠져나갈 때도 여전히 어려웠다. 시청 정문을 빠져나와 외부로 나가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했는데, 계단임을 알리는 점자블록이 없어 낙상의 위험이 존재했다.
유씨는 “울산의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시청인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점자블록은 전맹인 뿐만아니라 저시력인들에게도 유용하게 이용되기에 색깔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수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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