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청사에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바라보는 아쉬운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임에도 정작 장애인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잘못된 일부 시설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청 햇빛광장의 점자블록은 바닥색깔과 거의 차이가 없는 회색 대리석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가 하면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앞의 점자블록은 문이나 통로와 비껴있는 엉뚱한 벽앞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또 시청 정문 앞의 계단에는 계단임을 알리는 점자블록조차 없어 낙상사고 우려를 낳고 있어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약시의 시각장애인이 색상으로 점자블록을 구별하는 등의 특성을 간과한 결과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보통 황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마련보다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외적미관만을 고려한 탓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아직도 장애인을 위한 사회환경적 조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장애인 배려 시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턱 없는 인도와 장애인 주차장, 장애인 통로 등이 대표적 시설로 그 숫적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처지와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시설이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게 하면서 법규에 짜맞춘 면피성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울산시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부 잘못된 편의시설이 장애인들에게 무용지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숫적 증가와 더불어 내용면에서도 충실했더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결여된 장애인 보호의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 용이라는 장애인 편의시설 및 설비의 세부기준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관심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편의시설이 더 이상 장애인을 불편하게 하거나 외면받게 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장애인을 존중하는 편의시설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은 결코 장애인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비장애인이나 노인, 임산부 등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즉 장애인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는 취지에서 만든 시설인 것이다. 장애인들이 보통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이자 비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인식, ‘장애인이 편안한 시설은 비장애인도 편안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건축허가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장애인 등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활동참여와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울산시와 공공기관의 모범적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민간시설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에 거듭 당부해 본다.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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