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인 송편은 의외로 만들기가 어렵다. 동그란 밀가루 반죽을 고르게 펴서 그 안에 콩과 팥, 깨 등의 고물을 얹고 반으로 접어 잘 빚어줘야한다.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송편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송편 속에 들어있던 소가 밖으로 삐져나오게 된다.
7일 오전 11시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 4층 대회의실. ‘옆구리 터진’ 송편이 아닌 새색시 얼굴 마냥 곱게 빚어진 송편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이곳에 난데 없이 송편이 등장한 이유는 한가위 민속놀이 어울림 한마당 행사가 열렸기 때문. 150명의 시각장애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쑥색, 오미자색, 흰색의 송편반죽으로 각양각색의 송편을 만들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은 손끝의 감각을 이용해 송편을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장애인들에게 손에서 손으로 밀가루 반죽이며, 고물을 건네줬다. 손끝과 끝이 부딪히고 만나면서 송편은 천천히 모양을 잡아나갔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현저히 느린 속도였지만, 반달모양의 송편은 은색 쟁반 위에 켜켜이 쌓여져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툴렀던 손놀림은 점점 빨라졌다. 6명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30분 만에 100여 개의 송편이 뚝딱 만들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박윤자(60·남구 삼산동)씨는 “어렸을 때 송편을 만들어봤던 기억을 더듬어봤다”며 “다음번에는 송편을 더 많이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편 대신 고물을 빚던 송병태(72·중구 학산동)씨는 “남자인 내가 송편을 빚는 것보다 여자들이 만드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고물만 만들었다”며 “송편이 완성되면 집에 가져가서 자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들어진 송편은 인근 떡집에서 찐 뒤, 다시 복지관으로 가져와 송편을 빚은 노인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한편, 오후에는 자원봉사팀의 음악공연과, 국악한마당, 윷놀이, 투호, 왕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 행사가 열렸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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