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앞은 보이질 않지만, 음악으로 봉사할 수 있어요.”
마음의 눈으로 악보를 읽고 정성을 담은 손으로 악기를 잡았다. 26일 울주군 연화노인요양원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들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형편의 치매노인들을 찾아 악기 공연을 펼친 것.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이들 장애인 17명은 오카리나와 기타, 북난타 3개 팀으로 나눠 반년 가까이 연습한 곡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카리나의 선율과 함께 가수 장윤정의 ‘꽃‘이 흥을 더했고, 기타 팀이 연주한 ‘소양강처녀’의 노랫말이 공연을 관람하는 어르신들의 심금을 울렸다. 북을 사용한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이들은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모두 떨쳐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와 함께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어르신들과 공연을 펼친 시각장애인들의 눈에는 물방울이 맺혔다. 성공적인 첫 번째 공연이었다.
연주자 김경희(여·45)씨는 “지금까지 봉사를 받는 입장에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악기를 잡았다”면서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악기봉사를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악보를 읽을 수 없다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곡을 익힐 때마다 강사가 불러준 계명을 녹음기로 저장하고, 한소네(시각장애인용 노트북)에 입력해 외우는 등 음악봉사를 직접 해보겠다는 열정으로 맹연습을 거듭했다. 꾸준히 봉사활동 시간도 기록해 울산시가 80시간 이상 봉사자에게 발급하는 자원봉사증을 취득한다는 제2의 목표도 생겼다.
이들과 함께하는 이선희 사회복지사는 “장애인은 봉사의 수혜자라는 인식을 무너뜨리는 아름다운 공연이었다”면서 “장애가 있어도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상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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