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정은희(43)씨 휴대폰은 일주일에 두번, ‘반찬 가는 날’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알람이 울린다. ‘반찬 가는 날’은 정씨가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재가 장애인들을 위한 반찬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그러나 정씨는 지난 3월 오리고기 식당을 개업하면서부터는 생업에 매달리느라 봉사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반찬 가는 날’ 알람을 보고도 가지 못하는 날은 마음이 영 편치 못하다. 함께 봉사하던 언니들로부터 “일손이 부족했다” “양념이 모자라 반찬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등의 말을 전해들을 때는 안타까움이 더하다.
정씨는 그 미안함을 덜기 위해 매달 오리고기 40㎏을 시각장애인복지관에 지원하고 있다. 일손을 거들지는 못해도, 양질의 반찬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봉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또 다른 방식의 봉사를 실천하는 ‘네버엔딩 봉사’인 셈이다.
그는 반찬 봉사 이전에도 저소득층 도시락 배달, 양로원 청소 등 7년여간 봉사를 해 왔다. 그런데 정씨가 봉사를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우연히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고 돕는 과정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깨달음과 배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치매에 걸리신 양로원의 할머니가 몇달간 주머니에 넣어두시던 다 녹은 사탕을 건네주면서 ‘색시는 잘 살거야’라고 말씀할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 그렇게 친해진 어르신들이 어느날 갑자기 병원에 가셨다가 영정사진으로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돕고 싶었어요.”
봉사 욕심 많은 정씨의 꿈은, 역시 봉사다. 그는 남편과 ‘식당을 딱 5년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봉사하는 언니들이 모두 운전을 못하는데, 5년 후에는 제가 운전해서 더 자주 더 많이 봉사 다니기로 했어요.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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