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내면의 사유를 끌어올리는 힘이 돋보인 작품이다. 일상의 소소한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와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주제의식을 흡인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비록 문학적 표현은 화려하지도 섬세하지도 않지만 소박함과 진실함 속에 있는 울림은 매우 강렬하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이 제84주년 점자의 날(11월4일)을 맞아 실시한 ‘점자 문예작품 및 독후감 현상공모’에 출품한 김민서(40·본명 김현주) 씨의 작품 ‘멸치를 다듬으며’에 대해 숭실대학교 장경남(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내놓은 심사평이다.
그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살펴보자.
괜한 일에 마음을 다친 날에는
시간을 들여
멸치를 한 바구니쯤 다듬는 일도
위로가 된다
(중략)
뜨거운 불 위에서
진국으로 우러날 녀석들을 생각하면
모진 세상살이 사람살이로 아픈 내 마음도
어느 때에는
은근하고 진하게 만사를 버무려
맛낼 수 있는 순간이 오리라 믿어 보는 것이다
울산의 시각장애3급 시 낭송가 김민서씨의 문학열정이 쉼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는 이번 문예작품 공모에서 성인부 최우수상과 점자상을 받아 2개 부문에서 최고상을 차지했다. 울산에서 유일한 수상자이자 전국 최고 성적이다.
점자상은 문예작품 입상작 중 맞춤법, 띄어쓰기, 표준어 등이 잘못 표기된 단어의 수를 작품 내의 총 단어수로 나눈 뒤 백분율로 계산해 오기율이 가장 낮은 작품에 주는 상이다. 그는 총 단어수 82개 중 오기가 1개로 1.21%의 오기율을 기록했다.
지난 2일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경북점자도서관 주최로 열린 제5회 전국시각장애인 자작시 낭송대회에서도 ‘저녁에’라는 작품으로 최고상(1등)인 경북도지사상을 받았다. 김씨는 앞서 지난 7월 부산점자도서관과 경남문인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전국 시각장애인 창작시 현상 공모에서 시 ‘월광’으로 최우수상을 차지한데 이어, 9월에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마련한 ‘2010 전국 장애인근로자문화제’에서는 ‘바다는 음주중’이 가작으로 입상했다.
후천적 시각장애라는 장벽 속에서도 그의 문학에 대한 집념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달님별님’ 홈페이지(http://www.dalnim.net)에는 그만의 배너 ‘herstory 민서’가 있다. 이곳에는 그의 작품은 물론 다른 작가나 그 작가의 작품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아들과의 대화내용을 소개한 ‘민이 이야기-퀴즈놀이’라는 글을 남겼다.
“…내가 문제를 내었다.
“민이가 좋아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낮에는 필요 없는데 민이는 낮에도 책 볼 때나 공부할 때는 필요하다고 해요. 이게 없으면 세상이 깜깜해요. 나는 무엇일까요?”
그랬더니 민이 대답, “엄마”
그 대답을 듣고 나는 ‘땡’이라고도 ‘딩동댕’이라고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 없으면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이 엄마란 존재란 말인가. 아, 그리고 내가 엄마였단 말인가.”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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