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환산해 본적 없습니다. 금액을 일일이 따졌다면, 쉽게 내놓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도움을 드린 것 뿐이죠.”
약 2년 동안 무려 1억원이 넘는 후원품을 복지기관에 전달한 사람이 있다. “대단하다”는 인사말을 건넸더니, 정작 본인은 “얼마를 후원했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후원품은 다름 아닌 ‘소고기’다.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에서 식육점인 ‘농민한우암소’를 운영하는 정용태(46)씨는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울산시 남부장애인보호작업장에 소고기를 후원한다. 한번에 약 20㎏씩 1달에 2차례씩 꼬박꼬박 전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이 집계한 결과 약 2년간 받은 소고기가 시가로 약 5100만원 상당, 즉 두 기관을 합치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전달된 소고기는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반찬 재료로 쓰인다.
정씨는 “구이용 고기를 주로 취급하다보니, 반찬용 고기가 나오면 판매하지 않고 어려운 곳에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받으시는 분들이 워낙 좋아하시고, 제 직업상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후원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러나 오정희 시각장애인복지관 상담재가팀장은 “빠듯한 예산 때문에 고가의 소고기를 풍족하게 마련하기 힘들다”면서 “정씨의 도움 때문에 어르신들이 영양가 높은 양질의 반찬을 드실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지금은 ‘소고기 초장집’으로 유명세를 누리는 수암시장에서, 그는 가장 먼저 ‘초장집’ 개념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식육점만 운영하면서 소고기 후원도 빼놓지 않는다. 아내와 두 아이들도 어려운 사람을 돌볼 줄 아는 남편과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며 적극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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