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명이 동시에 송편을 빚는 광경, 그 자체로 볼거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송편을 빚는 손길은 느릿하고, 사람들의 시선도 제각각이다. 모두 시각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시력을 잃은 장애인들이 송편 빚기에 도전했다. 이 의미 있는 행사는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15일 마련된 2010 한가위 가족대찬치의 일환으로 열렸다.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든데다가 그동안 송편을 빚을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기에, 송편피에 고물을 얹어 예쁜 모양으로 빚어내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답답해 보일 정도로 느렸다. 그러나 재촉하는 사람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한명 한명이 애쓰며 즐기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고 감동스러웠다.
특히 천천히 생산되는 송편의 모양은, 투입된 시간만큼이나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했다. 오히려 비장애인이 빚는 틀에 박힌 반달 모형을 벗어나, 네모나 원형, 별 등 모양은 훨씬 다양했다.
울주군에서 온 한진원(63·시각장애 1급)씨는 “그동안 장애라는 핑계 뒤에 숨어 세상과 단절한 채 고립된 생활을 했는데, 처음으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송편을 빚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진호 시각장애인복지관장은 “시각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명절을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