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의 꿈을 꾸어본 사람들은 그 험난했던 과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습작과 창작을 되풀이하고 좌절과 고통을 맛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부질없었음을 탓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체적인 핸디캡을 안은 채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들은 어떨까.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관의 문예창작교실 개설 소식을 접하고 시각장애인들이 문학도의 꿈을 키우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지난 23일 오전 10시30분, 시각장애인복지관 3층 점자자료실 앞에 도착하자 문학의 기초를 강의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복도까지 퍼져나왔다.
강의실은 서가 옆 사각 테이블에 시각장애인 4명이 마주 앉아 앞에 앉은 강사의 토씨 하나 하나를 노트에 에 옮겨 적거나 ‘점자정보단말기’에 저장하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 강의 주제는 ‘글쓰기의 과정착상에서 퇴고까지’였다.
“글을 잘 쓰려면 사랑과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은 빌어 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를 보세요. 글이 밥을 먹여줄 수도 있죠”
담당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들은 모두가 진지한 표정이다. 벌써 세 번째 수업이 이뤄지면서 숙제로 내준 시 낭송도 했다. 이 틈에 강사 앞에 놓인 평가자료를 잠시 빌렸다.
올해 처음 개설한 문예창작교실에는 모두 5명이 신청을 했으나 한 명이 빠졌다. 지난주 출석부에도 통원치료 때문에 2명이 결석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날 그날 출결을 확인하고 개별 진행상황과 성과 정도를 파악하지만 어쩔 수 없죠. 시각장애인들은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빠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90분 수업 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수강생들과 잠시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실명한 신주호(59·중구 성안동)씨는 “항상 생각은 떠오르는 데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며 “제대로 정리하고 글로 옮길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1급 김연숙(여·43·남구 신정동) 씨는 “10~11살 때부터 글을 써 오면서도 지도를 받은 적이 없어 한계를 느껴왔는데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수강 배경을 밝혔다.
또 차화숙(여·51·남구 장생포동)씨는 “세계문학 전집을 읽었지만 글을 쓰다보면 끝맺음이 약했다”며 “모두가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설명했다.
문예창작교실은 지난 16일 시작한 ‘글쓰기와 글짓기 사이에서’ 수업에서부터 7월14일 수료식까지 4개월 과정 프로그램. 글쓰기의 기초과정에서 창작, 문집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여느 문학강좌와 마찬가지로 빡빡한 일정이어서 여유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기철 시인이 주로 진행하지만 조남훈·임윤·문영·배성동·박종해 시인과 김옥곤 소설가 등 지역의 기성 문인들이 특강을 통해 문학 열정을 밝혀줄 등불 역할을 자청한 상태다.
이기철 시인은 “시각장애인들의 참여 의지가 예사롭지 않아 강의 준비를 더 꼼꼼하게 한다”며 “벌써부터 문인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분이 있어서 그 결과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용기와 도전정신, 패기가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면서, 문예창작교실을 이수한 뒤 우리 사회를 감화시키는 시인도 나오고 소설가도 배출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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