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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무룡산 산행

작성자:시각복지관 | 작성일자:2012.05.17

5월 무룡산 산행1  
 
 
2012.5.12(토)무룡산 산행후기 '숲속을 걸어봐요' - 전근자 시각회원 글
 


아카시아꽃 향기 날리는 언덕배기를 입 꾹 다물고 걸어올라 간다.

가파른 언덕을 떠들며 오르기는 어렵지 않던가!

행렬의 맨 앞쪽에서 걸어야만 그래도 덜 힘이 든다.

이 무룡산을 자주 와 보지만 오를 때마다 코스가 길고 힘도 좀 드는 코스라 생각된다. 산을 오르기 전엔 물이든 간식이든 사절이다.

뱃속을 비워야지만 산을 오를 때 몸이 가볍다.

그리고 코로 숨을 쉬어야만 힘도 덜 든다.



넓은 길을 다 오른 후엔 녹음 짙은 오솔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사람들이 편하게 다니도록 구청에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훨씬 쉽게 정상을 밟았다.

나뭇가지엔 아기 손바닥만한 잎사귀가 싱그럽게 달려 있다.

정자에 모여 앉아 김밥을 꺼내어 놓고는 세상에서 가장 맛좋은 식사에 들어 간다.

누군가의 배낭에서 막걸리가 나와 그것으로 먼저 속을 후련하게 만든 후 김밥도 먹고 김치도 먹고 단무지도 씹는다.

우와! 정말 김밥 끝내주게 맛 좋아!

오렌지를 갈라서 그것으로 입가심 하고 뜨거운 커피도 한 잔 마신다.

정상석 앞에서 동해 푸른 바다 배경으로 “똥치미이” 하며 사진 한 장 박고는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오는 길은 물론 다른 길을 택한다.

산 반대편으로 내려오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야!

가파른 오솔길에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계단을 다리 쫙쫙 벌려가며 한없이 내려간다.

뒤 따라오는 사람이 음악을 크게 켜놓고 오는 바람에 무엇에 홀린 듯이 정신없이 발을 옮겨 놓는다.

내 짝지가 등산을 자주 한 사람이라서 내가 걷기가 편하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도 긴 거야?

이쪽으로 내려가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했지?

그러니 열심히 내려가야지!

급경사 길도 끝이 나고 녹음이 짙은 숲속길이 나온다.

우와! 정말 좋다!

감탄사가 연발 터져 나온다.

이 무룡산에 이런 곳이 다 있었어?

한참을 걸어가니 시냇물 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온다.

장갑을 벗고 찬물에 세수를 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얼굴을 닦을 생각도 안고

얼마를 걸어가니 그늘진 곳에 평상이 놓여있다.

거기 앉아서 간식 펴놓고 이것도 먹고 저것도 까먹는다.

날 보고 남편하고 여기 와서 고기 구워먹으라나? 무어야?

이렇게 좋은 곳에까지 와서 냄새를 풍기라는 거야?

그럼 생선회를 사가지고 와서 먹으란다. 그래! 그게 좋겠어!

조금만 가면 요 밑에 우리를 태울 버스가 와 있다고 했지?

그런데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끝은 안보인다.



이건 사기야 사기!

우리가 여태까지 낑낑거리며 즐거워하며 걸어온 길은 돌아가는 길이었다나? 여기서부터 또 한 시간을 걸어 내려가야만 한단 말인데?

다리도 후들거리고 힘도 들지만 누군가가 따다 주는 아카시아 꽃도 입속에 훑어 넣고 찔레줄기도 입안에 넣고 씹는다.

물론 아카시아 향기는 달콤하고,찔레맛은 고향 맛이다.



날씨도 선선하고 적당히 바람도 불었지만 역시 산은 힘들고 즐겁다.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것도 좋고 산속을 걷는 것은 더 즐겁다.



처음 오르기 시작한 곳으로 결국은 내려온 것이다.





댓글1: 오영인(chgs)   : 그래 뭣하러 올라가셨어요? 처음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 올 것을. 하하! 그냥 농담이고요. 오렌지를 가른다는 표현이 제일 좋은데요? 건강하고 젊게 사세요. 님의 글이 없다면, 아카시아가 다 뭔 소용이람? : (2012-05-13 17:25)


 

댓글2: 김희정(cokst)  : 정말  싱그럽고  수준  높은  글이네요 잘 읽고  나갑니다. : (2012-05-13 19:09)


 

댓글3: 신안식(ssas33) : 참 좋겠네요. 천국이 따로 없네요 : (2012-05-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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