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저작권 제약 없어진다…한국 마리케시조약 가입
시각장애인들이 저작권에 제약없이 발행된 저작물을 복제해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현지시간 8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본부에서 열리는 ‘제55차 세계지식재산기구 총회’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에 관한 국제 조약인 '맹인, 시각 손상인 또는 그 밖의 독서 장애인의 발행 저작물 접근 촉진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WIPO는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유엔(UN) 전문기구로서 지식재산권의 국제 표준 마련 및 신지식재산권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88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마라케시 조약은 시각장애인이 저작권법의 제한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증진하는 최초의 국제조약이다. 마라케시 조약에 따르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어문 저작물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자료 형태로 복제하여 국내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할 수 있다.
또, 합법적으로 제작된 대체 자료를 타국 기관이나 시각장애인에게도 배포할 수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모든 시각장애인 개개인이 복제나 배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허가받은 단체만 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마리케시 조약 가입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저작권에 구애받는 일 없이 발행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세계지식재산기구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마라케시 조약은 2013년 6월에 조약문이 채택되었으며, 우리나라는 2014년 6월 26일 서명했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인도 등 10개국이 이 조약을 비준했으며, 우리나라는 11번째로 비준하게 된다. 마라케시 조약은 20개국이 비준·가입한 날로부터 3개월 후에 발효하게 되고, 따라서 우리나라는 발효국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마라케시 조약 비준서는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이 프란시스 거리(Francis Gurry) 세계지식재산기구 사무총장에게 직접 기탁한다. 저작권을 담당하고 있는 문체부에서 비준서를 직접 기탁하는 것은 저작권의 보호와 제한 간의 균형을 통한 시각장애인의 권리 증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이 뒤따랐다.
한편, 윤 실장은 같은 날 열리는 ‘세계지식재산기구 신탁 기금 지원 사업 10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 토론회는 한국 정부가 세계지식재산기구에 신탁 기금을 출연하여 지원한 사업의 대상국 대표들을 초청하여, 지난 10년간 사업의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문체부와 세계지식재산기구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188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세계지식재산기구 총회의 부대 행사로 개최되며, 사무총장이 직접 참석하는 등 세계지식재산기구 차원에서도 큰 관심과 기대를 보이는 행사다.
윤 실장은 “이번 세계지식재산기구 총회는 대한민국의 저작권 제도뿐만 아니라, 저작권 보호를 위한 노력 또한 세계적인 수준임을 다시 한번 알려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제 저작권 규범 정립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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