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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14만 개의 목소리,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다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5.01.13

스탠다드차타드은행'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시즌4'
책·명화 작품 해설을 낭독해 목소리 기부 시각장애인·성우 등 자문단 꾸려 피드백
임직원 재능기부로 시작해 일반인도 참가 시즌4는 서울 문화재 해설 제작할 예정
'내가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민지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화 이야기를 해주고,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려줄 수 있을 텐데.'

서울의 한 고궁 담장 앞. 소녀 옆에 선 하얀 강아지의 독백이 영상에 흘러나왔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강아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민지의 '눈'이 돼준다. 그러곤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 민지를 위해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영상 말미, 강아지는 우리에게 이런 부탁을 건넨다. '당신이 대신 내 목소리가 되어줄래요? 당신의 착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지난 12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민지의 사연을 담은 1분짜리 이 영상은 보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5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시즌4'의 일환으로, 서울의 문화유산을 시각장애인에게 읽어주는 목소리 재능 기부자를 찾는 참여 독려 영상이다. 지난 한 달간 목소리 재능 기부를 신청한 이들은 무려 1만여명에 달한다.

◇사회공헌으로 재능 기부 참여의 장(場) 넓혀

14만명. 2011년부터 시작된 착한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숫자다.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영화·미술 작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보급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대표 사회공헌이다. 2003년 창립 150주년을 맞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전 세계 2만8000명(당시 그룹 전체 직원 숫자)의 시력을 회복하자며 시작한 실명예방사업('Seeing is Believing')이 계기가 됐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고객의 직접 참여율을 높이는 것은 모든 기업의 로망.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목소리 오디션'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입사 면접보다 더 떨렸어요." 이하나(32·직장인)씨가 착한도서관 프로젝트 시즌2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코엑스홀에 모인 수만 명이 차례대로 부스에 들어가서 종이에 쓰인 스크립트를 읽었어요. 전문 성우 네 분이 심사를 보시는데, 슈퍼스타 K, K팝 스타 등 유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합격·불합격 스티커를 그 자리에서 붙여줬죠. 1차에 통과한 사람들은 다음 부스로 이동해 2차 일대일 오디션을 봤고요. 최종 합격했을 때 얼마나 짜릿하고 신기했는지 몰라요." 매년 시즌이 거듭될수록 오디션의 내용도, 일반인들의 관심도 업그레이드됐다. 2011년 시즌1 때는 5만명 중 오디션에서 선발된 100명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여행 도서 '소도시 여행의 로망'을 녹음했고, 시즌2 때는 6만명의 지원자 중 100명이 전문 성우와 3주 동안 트레이닝을 거쳐 화면 해설 영화 '소중한 날의 꿈'과 이야기책 60권을 낭독했다. 3만5000명이 지원한 시즌3에선 선발 인원을 500명으로 늘려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 작품 500점의 묘사 해설 콘텐츠를 제작했다. 2011년부터 3년째 도전하고 있는 배희진(27·취업 준비생)씨는 "목소리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생겨 지원했는데, 오디션장에서 진지하게 연습하고 심사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3년째 고배를 마셨지만 내 목소리도 언젠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이들을 통해 총 2만1300부의 오디오북과 점자책이 전국 맹학교와 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 기관 등에 기부됐다.

◇전 과정에 시각장애인 참여… 전문성 높여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는 평소 예술 작품을 관람하거나 문화 활동을 하지 못하던 이들에게 새로운 장(場)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묘사 해설형 콘텐츠가 만들어진 덕분이다. 미술 작품의 경우 역사적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는 해설이 전부였다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색감·크기·형태 등 보이는 대로 그림을 묘사하는 작품 해설을 더해 두 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전맹(全盲)인 류창동(24·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회 총무)씨는 "맹학교 미술시간엔 손으로 만드는 조소 작품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내게 미술 작품은 볼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딱딱한 지식에 불과했다"면서 "시즌3 때 미술 작품 스크립트 감수를 하면서 문자로만 배웠던 그림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머리에 그려지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즌3에 만든 명화 해설 앱은 '스마트어워드 2014' 교육 문화 부문에서 통합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파트너십을 맺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시각장애인, 작가, 성우 등 자문단을 꾸려 책·영화·미술 작품 대본을 3차에 걸쳐 감수받고 있다. 오디오 녹음 전후로 한 달 반 동안 매주 모여 상세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김미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지속가능경영팀 차장은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분들이 소리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매년 수억원을 투자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 향유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소리 기부 오디션 시즌4… 도전은 계속된다

"고등학교 때 아들이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했어요. 다행히 꾸준한 재활·훈련을 통해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아들이 힘들 때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한 마음이 못내 미안했어요. 자연스레 시각장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용기 내서 신청했습니다."

황미숙(50·주부)씨가 착한도서관 프로젝트 시즌4에 도전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그녀는 "아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임직원들의 관심도 높다. 사실 착한도서관 프로젝트는 2010년에 진행된 임직원 목소리 봉사프로그램 '낭독하라(Read aloud)'에서 확대 진행된 것으로, 매년 수백명의 임직원들이 오디션에 참여하고 있다. 은행 각 영업점에선 '착한도서관 챔피언(홍보대사)'를 뽑아 프로젝트 정보가 프린트된 면 티셔츠를 입고, 은행 창구에서 자연스레 고객에게 목소리 오디션을 홍보하고 있다. 시즌2, 3 오디션에서 연속으로 합격한 모형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리테일전략추진부 대리는 "내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가, 내 목소리가 실린 오디오북 '플란다스의 개' 제작에 참여하면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착한도서관 프로젝트 시즌4의 1, 2차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00명은 서울 대표 문화재 46곳을 해설하는 오디오 콘텐츠·스마트폰 앱을 제작하게 된다. 올해는 GPS 안내 시스템과 단말기를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이 좌표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해설을 들으며 남산한옥마을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착한 목소리 오디션 신청 기간은 1월 16일(금)까지. 스탠다드차타드 웹사이트, 모바일 페이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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