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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제자들 위해 ‘훈련로봇’ 개발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5.01.12


컴퓨터와 노트북 3대, 태블릿PC 2대. 연구실을 방불케 하는 책상 한편에 각종 공구와 소켓, 전자부품들이 쌓여 있다. 반대편 탁상에 올려진 원격조종(RC) 차들 사이로 주황색 로봇도 보인다. 언뜻 보기에 연구소인가 싶은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오남고등학교 ‘맥가이버’ 원재연 교사(37)의 공방이자 특수반 아이들의 교실이다.

원 교사가 주황색 로봇의 전원을 켜자 파란색 LED 빛을 뿜으며 요리조리 장애물을 피해 다닌다. 바닥에 그어진 선도 곧잘 인식한다. 뭔고 하니 ‘시각장애인 보행 훈련 로봇’이란다. 오남고 특수학급 교사인 그는 “혼자 걷는 연습이 안 되어 있는 중도실명자나 미취학 아동에게 도움을 주고자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이런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1년 교생 실습 때다. 그는 “당시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맹학교에서조차 안내견을 가진 학생이 한 층에 한두 명밖에 없었다”며 “나머지 학생들은 학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혼자 지팡이에 의지해 생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때 가졌던 관심은 2002년 특수교사에 임용되고 나서도 12년 넘게 이어졌다. 시각장애 학생 중 극히 일부만 안내견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마저도 5~6년이면 안내견이 은퇴해 반려인과 헤어져야 하는 사례를 더 자주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3년 11월, 학생들과 목공 직업 교육을 갔을 때 해법을 찾았다. 공방에 도착해 수업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이 한쪽에 모여 웅성웅성댔던 것. 그가 가까이 가 보니 탱크 한 대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탱크 주인에게 ‘아두이노’라는 표준화된 로봇 기판을 통해 만든 장난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거면 ‘맹인안내로봇’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평소에 이것저것 코딩(소프트웨어 개발)도 해 보고, RC카도 만져 봐서 손재주는 좀 있던 터라 제법 자신도 있었죠.”

원 교사가 만든 로봇은 안내견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살리고자 로봇을 붙잡는 끈을 ‘ㄷ자’로 제작했다. 혹시 시각장애인이 로봇을 놓칠 경우를 대비해 센서를 부착해 부저가 울리는 장치도 잊지 않았다. 리모컨이나 본체에도 점자로 명칭을 적어 놓고, 점자 매뉴얼도 따로 제작했다.

개발 마지막에는 시각장애인인 동료 교사에게 시운전을 부탁해 꼼꼼한 조언까지 받았다. 그는 “제작비는 자비로 충당했다”며 “하지만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어 아까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서인지 그의 로봇은 지난해 8월 경기도교육전에서 입상했다. 그러나 원 교사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단계”라며 “계단이나 경사를 오를 수 있게 모터나 트랙을 추가해 볼까 하지만 비전문가로서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며 웃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전학 오면 화장실이 어딘지부터 감각으로 익혀 반복해서 걸어 다녀야 해요. 그만큼 시각장애인에게는 모든 일이 도전이죠. 보잘것없지만 제 로봇이 ‘완전한’ 맹인안내 로봇 탄생의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원요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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