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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눈이 돼 책 읽어주는 여대생들>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4.04.21

<시각장애인 눈이 돼 책 읽어주는 여대생들>

서울여대 학생들 시각장애인용 녹음도서 자원봉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만수무강건강법' 10번 파일은 93쪽에서 시작합니다."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대학원생 최진아(25·여)씨는 "아, 아"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이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낭랑한 목소리를 뽐내다가도 중요한 구절에서는 한껏 힘을 주어 강조하고, 독일의 생화학학자 오토 마르부르크 박사의 말을 인용할 때에는 중년 남성처럼 목소리를 낮게 깔기도 했다.

올해 초 교내 도서관에 마련된 도서 녹음 부스의 풍경이다. 이곳에서 9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듣는 책'을 녹음한다.

서울여대는 작년 10월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부에서 예산 4천만원을 지원받아 녹음부스 3개와 시설을 갖췄다.

시각장애인 눈이 돼 책 읽어주는 여대생
이곳에서 녹음된 책은 복지관 홈페이지, 자동응답전화(ARS),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을 만난다. 녹음 도서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수는 하루 평균 8천여 명에 달한다.

점자 도서는 부피가 큰 데다 시간이 흐르면 점자가 눌려 못 쓰게 되지만 녹음 도서는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소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어학, 건강,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으면서 40~50대가 주를 이루는 복지관 자원봉사자보다는 관련 지식을 갖춘 '젊은 목소리'가 절실해졌다.

서울여대와 복지관은 지난 2월 간단한 '오디션'을 거쳐 학생 자원봉사자를 선발했다. 학생들의 목소리 특징에 따라 녹음할 책을 배분했다.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도 봉사에 참여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을 매주 녹음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눈이 돼 책 읽어주는 여대생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목소리의 억양, 속도, 호흡 등을 조절하는 세밀함이 필요하다.

최진아씨는 "일주일에 한 번 녹음 부스를 찾아 진도표에 따라 한 번에 10∼15 페이지를 녹음한다"며 "수업 시간에 쫓겨 바쁘지만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에세이집 '온기'를 녹음하는 국어국문학과 장은선(25·여)씨는 "봉사 활동은 보통 정해진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야 하지만 녹음 봉사는 혼자 하는 자신과의 약속"이라며 "자신을 다독여야 하는 점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최상하(20·여)씨는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녹음하고 있다.

그는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게 어색할 때도 있다"며 "처음에는 실수도 잦아서 한 페이지를 녹음하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지금은 한 시간에 5∼10페이지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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