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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마라톤 풀코스 완주…"세월호 기적 빌며"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4.04.21

시각장애인, 마라톤 풀코스 완주…"세월호 기적 빌며"
호반마라톤대회 참가한 시각 장애인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들이 하루속히 구조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달렸습니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11회 호반마라톤대회에서 시각 장애인 김상용(52·서울)씨가 풀코스 42.195㎞를 4시간 29분 31초 만에 완주했다.

김씨는 25살 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모두 잃었다.

몇 차례의 대수술을 거치며 집안의 경제 사정마저 어려워졌고, 좌절과 절망 속에서 방황해야 했다.


김씨에게 다시 삶의 의지를 깨닫게 해준 것은 운동이었다.

27살에 춘천의 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해 야구를 시작했다.

시각 장애인들의 야구 경기는 포수가 소리를 지르면, 투수는 소리의 방향에 맞춰 핸드볼 공을 굴려 보내고, 타자는 공이 굴러오는 소리를 듣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씨는 야구를 배우며 점점 활기를 되찾았고 이후 학교 야구선수로도 활약했다.

바로 그 시기에 지금의 아내도 만났고, 착한 세 딸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안마사로 밤낮없이 일하며 한집안을 이끌어 가는 힘겨운 일상 속에서 힘이 된 것 역시 운동, 이번에는 마라톤이었다.

그가 말한 바로는 마라톤은 시각 장애인이 마음껏 할 수 있는 운동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줘야 하는 야구 등 단체 운동과 달리 함께 해주는 동반주자만 있으면 어디든 뛸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완주한 이래 수차례 풀코스를 완주한 그이지만 이번 마라톤 대회의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32㎞ 지점에서 다리에 쥐가 났다. 이 때문에 개인 최고 기록인 3시간 52분보다 한참 뒤처진 4시간 29분 31초를 기록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면서 "실종자들이 하루속히 안전하게 구조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기울여 완주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두 눈이 돼준 비장애인 동반주자 김인수(55)씨는 국내 한 언론사 편집팀 부장으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 클럽의 자원봉사자다.

김씨는 "혼자서는 10m를 곧게 걷는 것이 힘든 시각 장애인들도 누군가 손만 잡아주면 42.195㎞를 달릴 수 있다"면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함께 달릴 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반마라톤대회는 지난 1950년 보스턴마라톤대회를 제패한 함기용 선생의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 총 3천여 명이 참가했다.


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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