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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꿈 이룰래요" 시각장애학생들 법원 찾아>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3.04.26

<"판사의 꿈 이룰래요" 시각장애학생들 법원 찾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탕탕탕, 지금부터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24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301호 민사법정.

재판장 자리를 차지한 시각장애 1급 최요셉(17)군이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외치자 법정은 이내 웃음바다가 됐다. 배석판사, 변호사, 원·피고 자리에 앉은 다른 시각 장애 학생들이 배꼽을 잡고 깔깔댔다.

서울북부지법은 이날 한빛맹학교 시각장애인 학생 19명과 교사 4명을 초청, 법원 견학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국내 첫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33·사법연수원 41기) 판사 소속 재판부의 재판을 방청하고 최 판사, 시각장애 1급 김재왕 변호사(35·로스쿨 1기), 그리고 서태환 수석부장판사 등과 간담회도 했다.

이날 오전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법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먼저 형사법정과 법정 옆에 연결된 구속 피고인 대기실을 찾았다. 대기실에 있는 철창을 만지작거리던 몇몇 학생들은 '무섭다'는 감정을 표시했다가 곧 철창 안에 들어가 수다를 떨었다.

곧이어 최영 판사의 재판을 방청하게 된 학생들의 얼굴은 좀 전까지의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이 돼 재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 3급 정용범(17)군은 "사람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고 말을 끊기도 하는 재판 현장이 정말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정 군은 "특히 예전에 최 판사님을 면담한 적이 있는데 편하고 부드러웠던 당시 모습과 달리 오늘은 판사의 위풍당당함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간담회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시각장애 1급 공윤선(16)양은 "최 판사와 김 변호사가 하는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점자정보단말기까지 챙겨 왔다"며 "판사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했는지, 장애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최 판사는 "시각장애 법관으로 근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속도와 능력에 맞게 차근차근 나가자'고 생각한다"며 "최종적으로는 다른 법관들과 같은 수준의 업무 수행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30여 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그간 궁금했던 점들을 쏟아냈다.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 어려움에서 '시각장애인이 일반 출판물을 파일로 내려받는 행동이 저작권에 어긋나는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김 변호사는 "학생들이 뜻밖에 저작권법이나 제도에 대해 궁금증이 많다"며 "공부하면서 출판물 파일 등을 내려받아야 하다 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사랑, 결혼 등에 관심이 많을 나이라 그런지 '결혼했어요?'라고 묻기도 했는데 정말 발랄하더라"며 웃었다.

학생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각장애법관 지원실과 최 판사 집무실을 찾아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하는 지 설명을 듣기도 했다.

1년여 최 판사의 업무를 도운 최선희 주임은 지원실에서 종이 문서를 이미지로 스캔한 뒤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음성으로 전환해 청음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지원실과 최 판사 집무실 출입구, 책상 모서리 등 곳곳에 충격방지용 패드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 여기에도 이거 있어요'라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날 행사는 민사법정 체험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행사에 참여한 시각장애 1급 이건열(15)군은 "판사가 되고 싶지만 눈이 안 보여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법원에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이 깔린 곳이 많고 음성자료가 잘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니 지금도 법원 시설이 잘 갖춰진 것 같지만 최영 판사님이 근무하면서 불편한 점들을 더 고쳐주셨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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