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정보 상세

HOME > 복지자료실 > 재활정보 상세

시각장애인의 ‘시각중심 문화’ 호쾌한 통찰

작성자: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 작성일자:2022.12.26

대부분 지체장애를 중심의 장애인 인권운동 및 비장애 중심주의 담론 사이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시각 중심 문화를 탐구한 책 ‘거기 눈을 심어라’가 출간돼 화제다.


이 책은 문학, 철학, 대중문화 콘텐츠가 시각장애(인)를 어떻게 재현해왔는지를 살피는 문화사이자 문학·예술 비평이면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간 자신의 경험을 엮은 독특한 에세이다.

통상적인 장르 구분을 거부하는 이 글의 저자 M. 리오나 고댕은 시각장애인 작가이자 공연예술가, 교육자, 문학 연구자로서 다채로운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눈멂’의 관념과 의미를 지적이고 감각적으로 검토한다.

시종일관 경쾌하고 날카로운 논조를 유지한 채로. 저자는 감각기관 중 눈을 가장 우선시하고 시각만을 지식 생산의 근거로 삼는 편향적인 시각 중심 문화를 예리하게 통찰하고 그것에 호쾌하게 반격을 가한다.

시각장애인은 불가피하게, 비시각장애 관찰자의 시선 아래 놓인 표본의 입장이 된다. 그렇지만 눈멂, 즉 시각장애는 하나의 커다란 단일체로 제시되는 경향이 있어서, 비시각장애 관찰자는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인 우리의 복잡한 내면성을 무시하곤 한다. -책 中에서-

‘거기 눈을 심어라’는 문학사의 정전부터 대중문화의 아이콘까지 다종다양한 텍스트를 눈멂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읽어낸다. 호메로스부터 밀턴, 헬렌 켈러, 보르헤스, 스티비 원더까지, 또 ‘리어왕’부터 ‘걸리버 여행기’, ‘눈먼 자들의 도시’, ‘듄’과 ‘스타워즈’까지 망라한다.

“보는 것이 곧 지식이요, 보지 못하는 것은 곧 무지”라는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진 생각은 서구 문화뿐 아니라 근대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관념이다. 수천 년 동안 눈멂은 무지(‘맹목적 믿음’), 불합리성(‘맹목적 분노’), 무의식(‘눈먼 진화’) 등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어왔다.

이런 관념에 대항해 저자 고댕은 다양한 텍스트 속 눈먼 인물을 호출해 시각 중심 문화와 비시각장애 중심의 상상력이 어떻게 구축되어왔는가를 밝힌다. 동시에 당사자들이 쓴 회고록, 논픽션과 픽션을 불러와 눈멂에 대한 고정관념에 확실한 균열을 낸다.

이 책은 저자의 유쾌하고도 쓰라린 경험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장애 작가, 예술가, 활동가, 연구자 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질문한다.

시각장애에 대해 직접 말하고 재현하는 시각장애 작가, 저널리스트, 창작자는 왜 이렇게 적은지, 점자 문해력을 기르지 못한 시각장애인이 왜 이렇게 많은지를. 왜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시각장애 여성은 좀체 그려지지 않고, 왜 시각장애인의 섹슈얼리티는 부정되거나 묵살되느냐고.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눈멂이 단순한 하나의 주제에 그치지 않는 하나의 ‘관점’이기도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멂, 즉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볼 때 전혀 다른 감각의 세계가 펼쳐지고 의식하지 못한 문제가 드러나고 장애와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넘어설 여지를 찾을 수 있다. 때때로 비장애 독자들에게 껄끄러움을 남길 수도 있는 저자의 해석과 논평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봄과 보지 못함의 이분법, 그것과 연동되어 있는 또 다른 이분법적 사고와 고정관념을 넘어 “우리가 아직 개척하고 누리지 못한 온갖 얼룩덜룩한” 광활한 지대를 열어줄 작업이라 할 만하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www.ablenews.co.kr)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496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