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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작성자:가옥현 | 작성일자:2009.12.06

구두는 부속품이나 액세서리가 아니라
몸의 일부다. 몸의 밑바닥인 밑바닥보다
더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몸인 것이다.
발가락 사이의 질척한 땀과 고약한 고린내를 껴안고
구두는 길 어디라도 따라간다.
아니, 함께 간다.
동고동락이다. 구두를 신은 사람이 기쁘면
구두가 먼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구두를 신을 사람이 아파 누우면
구두가 미리 알아채고 현관에서 숨죽인 채
주인을 기다린다.

사람은 발 뒤꿈치에 물집이 생길 때
구두를 향해 불평할 줄은 알지만,
그 물집이 굳은살이 되었을 때는
구두의 존재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지낸다.
중요한 것은
구두가
사람의 그런 인식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발과 구두, 구두와 발, 나아가 구두와 구두의 주인...
이 둘은 서로가 길들여져야 한다.
서로를 길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을 뜻한다.
구두도 그걸 아는데 정작 사람이 그걸 모를 때가 많다.
- '안도현'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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