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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과 새 구두

작성자:가옥현 | 작성일자:2009.12.03

오늘 아침,
양치질을 하다 칫솔질을 잘못해 잇몸을 다쳤다.
작은 상처가 자꾸만 신경에 거슬린다.
음식이 닿기만 하면 과민 반응을 보이며 곪아간다.
어제 새로 산 빨간 구두를 신었다.
자꾸만 닿는 부분만 닿는다.
살갗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물집이 생기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물집이 더욱 크게 자리를 잡아 간다.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상처가
하루 종일 날 괴롭힌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수 있어서 좋다.

난 사람들의 위로가 싫다.
엄마가 혈압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난 사람들의 위로가 싫었다.
아픔이 힘이 될 거라고......
더 좋은 일 있으려고 이런 시련이 있는 거라고......
더 단단해질 거라고......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난 힘이 없어도 좋았고, 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도 좋았고,
단단해지지 않아도 좋았다.
그게 참고 버티는 것보다는 더 쉬운 일이었다.

난 잇몸이 곪아가는 것처럼 마음에 염증이 생겼고,
새로운 구두에 적응하지 못하고 물집이 생겨 버린 발가락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슴 여기저기 물집이 생겨났다.
하지만 난 아프다고 하지 않았고, 힘들다고 하지 않았다.
난 사람들의 위로가 싫다.
위로가 위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당해 보지 않은 아픔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아픔을 감출 수 있어서
맘 편하다.
위로 받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 '최숙희'님의 산문집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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