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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생활신문 기사(해외리포트-뉴질랜드)

작성자:이병희 | 작성일자:2009.02.02

장애청년해외연수 체험기/뉴질랜드 편
재활과 행복의 차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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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는 장애·비장애 청년으로 제4기 드림팀을 구성해 6대륙 한국, 미국, 독일, 뉴질랜드, 호주, 필린핀을 방문했다. 이들은 8박9일에 걸쳐 현지 연수를 갖고,
장애인 권리실현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에 본지는 미국과 독일에 이어 이번 호는 뉴질랜드 편으로 장애청년들이 전하는 생생한 체험담을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재활과 행복의 차이
이병희/시각1급, 32,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선임 사회복지사
필자는 한국재활협회에서 모집한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란 장애청년 리더쉽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타 장애인(김민희·송혜미·정주빈-청각, 박상미-지체, 서기원-뇌병변,
윤성한-통역, 김성남-협력, 최승권-담당교수)들과 팀을 이루어 참가, ‘사회통합의 디딤돌 전환교육’이란 주제로 작년 9월 7박 8일간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전환교육이라 함은 개개 학생의 요구와 결과중심과정으로 고안된 학생을 위한 교육활동으로서 성인교육, 직업훈련, 통합된 취업활동이나 계속적인 성인교육, 성인서비스, 독립생활 또는
사회참여를 포함한 학교에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종합적인 교육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정규학습 과정내 혹은 마친 장애인들이 그들의 적성 및 자질에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한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뉴질랜드를 방문하기 전 우리나라와 뉴질랜드의 전환교육의 개념 및 원리, 현황 등을 학습하면서 통합적 서비스를 하는 우리나라와 개별적 서비스를 하는 뉴질랜드를 비교하며 문서 속에서
정형화된 차이가 생겨난 그 이면의 사회적 마인드에 대해 많이 궁금했다. 아울러 그런 서비스에 노출되어 있는 장애인들의 생활과 그 제도 및 실행기관들의 모습을 중점으로 우리가
동경하는 선진국이란 곳의 장애인복지 안에 직업재활, 생활 등을 보고 싶었다.
장애 유형별 특수교육이나 직업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그들에게 맞는 취업형태를 고안하여 교육함으로써 재활과 자립을 돕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환교육과 선진국가의 전환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학습하고 장점을 찾아 우리나라에 향후 적용하는 것이 우리 팀의 뉴질랜드 방문 목적이었다.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방문한 곳들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던 MT. Roskill intermediate school, 청각장애인 교육 기관인 Kelston deaf
education centre, 지적장애인협회의 역할을 하던 IHC와 그곳에서 운영하던 그룹홈, 시각장애인교육기관인 Blennz, 뇌병변장애 및 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장애인인권운동을 하던 people first 등, 여러 유형이 뭉쳐 한 팀이 된 우리 팀처럼 다양했다.
여러 기관을 방문하여 뉴질랜드의 전환교육을 배우고 장애인들의 삶을 드려다 보면서 팀원 모두가 느꼈던 것은 우리의 접근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의 중심은 무엇인가? 바로 재활과 자립이다. 다시 말해 장애인은 재활과 자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간다운 삶의 영위가 힘들다는 것이다. 재활과 자립을 다시
축약하면 바로 극복이 된다. 장애는 극복해야만 하는 벽이요, 벗어버려야 하는 짐인 우리나라의 고정관념이 이미 잠식해버린 상태에서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은 장애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전환교육의 최종 목적, 장애극복을 위한 방안제시 따위 등, 그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이었다.
방문한 모든 곳에서 한결같이 대답했던 것이 바로 행복(happiness)이었다.
장애인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도록 당사자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는 것, 원하는 만큼 바라는 대로 국가는 경제적 제도적 기반을 받쳐주는 것이 바로 뉴질랜드의
장애인복지였으니 우리의 질문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느꼈던 것이다.
선 재활, 후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와 선 행복, 후 재활이라는 뉴질랜드의 장애인 인식, 교육 등의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령 한국의 복지서비스는 제공자 중심 즉, 각 기관의 규모, 성격 등에 따라 대상자 및 프로그램의 내용 등이 결정된다고 한다면 뉴질랜드는 장애인 당사자 및 부모의 요구에 따라
시설 및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주는 수급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라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교육 수준, 재활의 척도에 따라 분류하는 한국과 달리 개인 삶의
중심체로서 뉴질랜드는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 교육의 인식이 우리나라와 확연히 차이가 난 일화 몇 가지를 소개 해 보겠다.
Kelston deaf education centre(청각장애인교육기관)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 팀 청각장애학생이 “청각장애인들이 일반 직장은 물론 변호사 등의 직업에
많이 진출되어 있는데, 어떻게 의사소통이 힘든 가운데 직장생활이 가능한가?”란 질문을 했다. 이에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든 구화든 필담이든 그들의 친구, 가족들이 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직장에 적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의사소통이 아니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라며 답변이 돌아왔다.
Blennz(시각장애인교육기관)에서는 “시각장애인학교 앞에 놀랍게 점자 블록이 없던데, 왜 그런 거죠?”라는 의문에는 “점자블록에 의지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길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 점자블록이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강한 정부’에 대해 말해보자.
뉴질랜드 역시 예전 우리나라의 복지형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들이 하루아침에 사회복지선진국이 된 이유는 바로 강한 세금을 걷기 위한 강한 법령의 시행이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장차법(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휘되어 어느 정도 제도권 위에 올라서 있는 인식개선의 첫 단계인 법적 제도화를 뉴질랜드에서는 오래 전 시행하여 장애인의 배려(예를 들어
장애인 주차)에 관련 된 법을 어길 시 강한 벌금을 매긴다. 즉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라는 한국과 달리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의 마인드를 갖게 한 것이다.
어떠한가? 그동안 획일적 교육에서 정형화 되어버린 고정관념이 더 이상 우리의 발전을 발목잡고 있지는 않은가?
7박 8일간 뉴질랜드의 복지문화 및 전환교육의 견학 기회제공의 시간은 실질적인 전환교육의 모습과 그 예를 통한 한국의 모형적용 등과 같은 원대한 포부에 부합되지 못한 짧은
시간이라 많은 아쉬움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학의 사회복지전공, 6년의 복지관 생활, 30년 동안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배우고 얻었던 내 안에 팽배해 있던 한국의 고정관념 및 편견 등에 경종을 울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킬 만큼의 적당한 자극이 된 것만은 틀림없을 것 같다.
늘 당사자 중심보다는 정부 및 학교, 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 그 안에서 성장하고 인지하며 생성되는 장애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가벼운 생각들은 나도 모르게 나를 움츠리게 만들고
주위 시선의 아쉬움마저 무디게 만들었다.
1주일간의 뉴질랜드 연수는 선진국가의 모습이라서가 아닌 늘 그 자리 그곳에서 그런 생각만을 하던 나를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정체된 내 안의 이념을 움직이게 만든
시간이었다. 웃음짓고 있던 장애인들, 그들의 주위에서 그들을 돕는 많은 스텝들, 그 스텝들을 고용하기 위한 기금과 정부 시스템 등을 보면서 과연 한국에 없는 장애인들 얼굴에 웃음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외국인들과의 언어의 소통,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봐야하는 부담감, 변화된 기후, 관광욕구 억제 등의 많은 장벽들이 연수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선진복지의 직접체험, 자료의
수집, 정책 및 제도의 학습 등으로 만들어진 내 마음의 작은 성장이 그 아쉬움을 평생 포용해주리라 자평한다.
입력 : 2009년 01월 28일 11:51:55
원문주소: http://www.handicapi.com/news/read.php?idxno=2260&rsec=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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