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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못 받는 복지혜택, 전화만 주세요”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자:2010.03.08

ㆍ전북도 ‘365돌보미콜센터’ 소외계층에 갈수록 인기
하태수 할아버지(71·전북 완주)는 급성천식과 신종인플루엔자 A에 걸려 지난달 말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퇴원이 문제였다. 병원비가 밀렸기 때문이다. 딸이 하나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할아버지는 글도 읽을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런데 옆 환자가 전화번호 하나를 일러주었다. ‘1577-0365’였다.

4일 전북도청 별관에 위치한 ‘365돌보미콜센터’에서 상담원 박미진씨가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전북도 제공
저렴한 요금의 국제전화가 없을까?
할아버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전화를 걸어 딱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디 몸은 아파 죽게 생겨 병원신세를 지고 있으라우. 나가야 쓰겄는디 우째야 좋을지 답답허요. 살 길이 없것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응답을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이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정다감한 여성의 목소리가 마음을 놓게 만들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365돌보미콜센터’ 박미진 상담원.

그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끝까지 들은 뒤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 주거나 긴급구호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딸이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박씨는 해당 군청 긴급지원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한 후 현장조사를 의뢰했다. 병원을 방문한 공무원은 할아버지가 문맹임을 알고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정부 구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할아버지는 며칠 후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거나 긴급구호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익산에 사는 이수호씨(58)는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족이 7명이나 됐다. 연로한 부모님과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고 있다. 자녀 둘은 서울 친척집에 맡겼다. 아내와 나머지 세 자녀는 처가인 부산에서 산다. 그도 이달 초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해 줄 수 없느냐”고 호소했다. 이씨는 지금 기초생활수급자 심사를 받고 있다.

정읍시민 박진영씨(45)는 이웃에 사는 노인의 사연을 전했다. 홀로 사는 노인의 방이 도배가 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이었다.

이 노인의 사연은 정읍 노인복지센터로 넘겨져 도배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전북도청 옆 별관에 자리잡은 ‘365돌보미콜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들이다. 전북도가 ‘복지1번지’를 내세우며 ‘365돌보미콜센터’를 개소한 것은 지난해 10월.

사회복지시책이 위축되고 있는 국정기조에 맞섰다.

“사회복지에 대한 모든 상담을 전화 한 통화로 끝내세요”가 모토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2월까지 상담건수는 무려 2만9000여건에 달했다. 콜센터 8명의 상담원이 하루평균 300여건의 상담을 처리한 것이다. 전화를 거는 이들은 기초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전북에 복지콜센터가 등장한 이유는 한 가지. 혜택을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 소외계층들이 정작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복지사업을 안내해주는 ‘129콜센터’나 시·군·구의 복지상담 업무도 한계량을 초과한 지 오래다.

전북도 복지서비스 담당인 김평섭씨는 “정부 복지정책이 수백가지에 달하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맞춤형 상담을 해주면서 산재한 시책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하기 위해 돌보미콜센터를 열었다”고 밝혔다.

콜센터 번호는 1년 365일 내내 감동을 주고 따뜻하게 도민을 돌봐주겠다는 취지에서 1577-0365로 결정했다. 명칭도 공모했다.

상담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에는 전화번호를 남길 수 있는 ‘콜백 서비스’가 가동된다. 상담원이 출근해 전화를 다시 걸어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이곳에 걸려온 전화상담 내용은 도청 내 해당부서와 연결돼 원스톱으로 처리되거나 시·군에 넘겨진다. 지금까지 긴급 수혜를 원하는 민원상담은 1만3000건이 넘었고 대부분 해결책을 찾거나 검토 중이다.

콜센터 김은정 팀장은 “어려운 이웃들이 다양한 민원을 토로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지원이 어려울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자칫 맘고생만 하고 끝날 일들을 우리가 나서 해결해 줬을 때 큰 보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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