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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개념·판정기준, 의료적 중심 탈피해야

작성자: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 작성일자:2022.01.10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맨 초반에 나오는 전문엔 장애에 대한 것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지닌 사람과 그들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기인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니까 점진적 발생이란 개념은 장애란 손상 있는 사람이 환경, 태도와 상호작용해, 타인과 평등한 위치에서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참여를 의미한다는 거다. 장애는 의료적 정의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개인의 탓도 아닌 거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권리협약 제1조에선 장애인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

가만히 보면, 적절한 원칙과 새 상황을 고려하도록 한 건 물론, 손상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은 점이다. 사회환경, 태도 등의 장벽으로 인한 상호 작용으로, 사회 참여를 저해 받는 손상이 있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장애인의 정의는 의료적 정의에 한정된 것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 제2조 1항엔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되어 있다. 상호작용이란 언급은 없으며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이유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란 것이다. 결국, 장애란 개인의 탓이요, 의료적 정의에 머무르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의료적 모델에 기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장애인 인권법이라 불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조차도 제2조 1항에서도 장애란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하며, 2항에선 1항에 따른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정의한단다. 역시 장애인복지법과 마찬가지로 장애란 개인의 탓이요, 의료적 정의에 머무른다.

작년 5월 말, 고등학생 대상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원이 개발원에서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모습.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작년 5월 말, 고등학생 대상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원이 개발원에서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모습. ⓒ대구직업능력개발원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장애가 개인의 탓인 곳에선 장애체험의 경우 사람들로부터 이런 반응이 나온다. 장애인이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하거나, 또한 장애인을 돌보아야 하겠다고 말이다. 이런 반응을 접하면 장애인 당사자들은 상당히 분노와 화를 억누르기 힘들어하는 것을 여러 페이스북 친구(페친)들과 소통하며 알게 된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올까? 장애가 의료적 정의에 머물러 있다면 장애란 고통과 같은 것이다. 고통이니 피해야 하고, 그러니 장애인이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여기에 따라 장애인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힘드니,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나오게 된다. 나도 인권이란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엔 장애체험이나 노인체험을 하면서 지체장애인 안 된 것에 감사하고, 장애인을 무조건 돌보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 장애인이 지하철을 탄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높이인 단차를 안전성이 있는 필러 갭(Filler gap)으로 제거한다면, 모든 지하철 역사에 장애인이 타기 편한 엘리베이터를 갖춘다면, 장애인은 장애가 있어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하철로 자기가 다니고 싶은 곳을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지하철 역사들, 안전성이 있는 필러 갭이 전동차나 역사에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많다. 이에 따라 타인의 도움 없이 지하철을 이용할 시 어려움을 느낀다. 이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의 일환인 엘리베이터, 필러 갭 등을 권리가 아닌 시혜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장애란 개인의 탓이란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필자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사람이니 이 장애와 관련해 잠깐 언급하겠다. 장애인복지법에선 소아기 자폐증, 비전향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자폐성 장애인을 정의한다.

이를 보면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한 장애의 정의는 의료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으며, 장애인복지법 제2조 1항에서 나온 의료적 중심의 장애인 정의와 일맥상통한다. 지적장애, 청각장애 등 다른 장애의 정의도 가만히 보면 의료적 중심의 정의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폐성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약 3만 명이고 미등록 자폐인 수는 이와 비슷하다고 추산된다. 자폐성 장애 특성이 나타나거나, 그 장애가 정체성인데도, 미등록한 이유엔 그 장애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에 당사자나 그의 부모들이 장애를 밝히길 꺼리거나, 또는 인권보장의 일환인 복지서비스도 충분치 못한 것 등이 있다.

구 자폐성 장애 등록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에이블포토로 보기▲ 구 자폐성 장애 등록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런데 우리나라 자폐성 장애 판정기준을 보면, 전반적 기능평가척도(Global Assessment Scale for Developmentally Disabled, GAS)점수가 50점 이상이면 이 장애 등록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척도는 오로지 의료적인 내용만 기술되어 있다. IQ는 자폐성 장애판정기준에서 2019년 폐지되었지만, 곧바로 다시 복원되었다. 결론적으로 자폐성 장애판정기준 역시 장애개념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의료적 내용에만 치우쳐 있다.

그러니 자폐로 의료기관에서 인정했지만, 이 척도에 맞지 않는 사람은 자폐성 장애등록 안 되며 이는 미등록 자폐인 양산의 한 요소가 된다.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은 장애인연금, 장애인 법률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이는 자폐인의 낮은 삶의 질로 이어지는 한 요인이 된다.

그래서 자폐성 장애개념을 손상뿐만 아니라 장애 관련 사회적 편견 및 생활의 어려움 등까지 포함, 확장해야 한다. 역시 손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 있는 사람까지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받도록 자폐성 장애판정기준을 개정해 미등록 자폐인 서비스 공백을 메우는 게 필요하다.

작년 시각장애인 범위에 눈의 중심 시야에서 20도 이내 겹보임(복시)가 있는 사람, 기면증으로 인한 행동·사고기능 장애, 투렛장애, 강박장애 등이 있는 사람 등을 장애인으로 인정하는 등 시각장애와 정신장애의 인정기준을 확대하는 일이 있었다.

고무적이긴 하나, 아직도 장애개념과 장애판정기준이 의학적인 내용으로만 되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장애개념을 의학적 기준으로만 개념화하지 않고, 사회적 편견 및 생활의 어려움 등까지 고려한 개념으로 관점을 확장해, 손상 및 사회에서의 편견이 있는 등으로 인해 사회 참여와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자까지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판정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건 아무리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의료적 기준으로만 장애인인지 아닌지를 보면 각종 서비스나 이런 게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거니, 행정적으로는 효율적이며 문제없지만, 잘못하면 행정편의주의로 빠질 수 있고,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삶의 질과 욕구, 정체성 등은 반영하지 못한다. 결국, 의료적 기준에만 의지하는 장애인 정책은 제공자 중심의 정책이 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예산 등의 이유로 이런 기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장애인 눈물 외면하는 장애등록 절차 개선하라’ 피켓을 든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 눈물 외면하는 장애등록 절차 개선하라’ 피켓을 든 모습. ⓒ에이블뉴스DB
8년 전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에 대한 의료적 모델을 언급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개념 수정 등 장애인복지법을 권리협약이 지지하는 장애에 대한 인권적 접근과 조화시키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장애판정 및 등급제도가 서비스 제공 시 의료적 평가에만 의존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하며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현행 장애인등급제를 검토해 장애인의 특성·상황·욕구에 부합하도록 수정하고, 장애인의 요구에 따라 복지서비스 및 활동지원서비스를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유형의 장애인에게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대한민국 2·3차 병합국가보고서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었다고 했지만, 장애등급이란 용어를 대체한 장애 정도란, 단순화된 2단계 의료적 평가 기준으로 복지서비스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을 정부에선 하지만, 이 역시 예산에 욕구를 맞추기에 진정한 맞춤형 서비스가 아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인등급제를 검토해 장애인의 특성·상황·욕구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지 않았고, 아까도 보았듯 장애인복지법, 장차법의 장애, 장애인의 정의는 의료적 모형에만 의지하는 정의를 유지한 거다.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은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장애를 의학적인 것에 사회적 차별과 생활의 어려움 등까지 고려한 개념으로 장애개념을 확장하고, 이에 따라 장애인 정의를 내리는 등 법률상에서 사회적 모델의 장애개념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란 손상이 아닌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역시, 손상 및 사회적 차별 및 생활 어려움 등까지 고려, 일상생활과 사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까지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장애판정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장애개념과 장애판정기준은 의료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

참고로 사회적 모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발전한 장애의 인권 모델에선 손상을 인권을 부정·제한할 변명거리로 삼을 수 없음은 물론, 장애를 존중받아야 할 인간 다양성의 한 일환이며, 장애인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밝히고 있다. 이 모델의 관점을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중시하며 바라보고 있음을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의료중심의 장애개념과 장애판정기준에서 탈피하지 않는다면 장애체험을 통해 장애인은 고통받는 불쌍한 존재요, 서비스도 장애인의 욕구를 무시한 제공자 중심이 계속 유지되며 고착화될 것이다.

사회적 차별 내용 등이 포함된 장애체험, 장애인의 욕구와 삶의 어려움 등의 기준이 포함된 서비스 기준 등으로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계기가 마련되도록. 그러면 권리협약 이행의 일환이 될 테니.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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