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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 쓰는 순간 세상과 단절… 모든 것이 ‘장애물’

작성자: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 작성일자:2019.07.23

울산매일 기자 시각장애인 안대체험 사진

■한걸음 내딛기도 힘든 길거리… 막내 기자의 시각장애 체험기

#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안대를 쓰는 순간 세상의 모든 빛과 단절됐다. 손 안의 또 다른 세상 같았던 스마트폰조차도 막막했다. 겨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전화 한통 하는 것이 전부였다.

 
# 배고픔을 느끼고서야 점심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더듬더듬 손끝에 감각을 겨우 세우고서야 식당에 도착했지만, 직접 식판에 밥을 담는 것은 어려웠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음식 냄새가 가까이 느껴졌을 때 손에는 수저가 쥐여졌다. 옆에 앉은 사람은 음식의 종류와 위치를 알려줬다. 도토리묵에 김치, 가자미조림, 김치찌개…. 수저를 들긴 했지만 굶주린 배를 채우기란 쉽지 않았다. 도토리묵은 자꾸 미끄러졌고, 가자미조림의 가시는 어떻게 발라야 할지 몰랐다.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한다”는 말에도 다 먹지 못했다.
 
# 외출을 해야 한단다. 바깥 공기의 상쾌함보다 당황스러움이 먼저 몰려왔다. 평소 잘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한걸음도 떼기 힘들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쓸며 점자블록을 느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고 차가 오는지,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신경을 집중해 겨우 한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 조금 멀리 나가자며 차에 태워졌다. 방지턱을 지나고 방향을 틀 때마다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첩보영화 속 납치되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지도를 그리며 위치를 파악하려했지만 실패했다. ‘근처 공원’이라며 내린 공간. 길거리보단 넓으니 안전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돌을 가공해 만든 계단과 각종 조형물들에 여러 번 걸려 넘어질 뻔했다. 눈에 보기 좋았던 것들이 모두 장애물로 느껴지는 순간. 화단 경계석을 흰 지팡이로 치면서 거리를 재고 한발 한발 겨우 옮겼다.
 
지난 2일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 체험에 나선 시간 동안 매 순간 절실했고, 모든 것들이 위험했다.

최근 장애인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시설은 물론 법률과 문화, 의식의 ‘장벽을 허물자’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개념이 도입됐다. 울산에서도 현재 공공건물 120곳, 민간건물 19곳 등 총 139곳이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세종과 서울에 이어 3위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이병희 팀장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실제 장애인에게 필요한 배려는 강제성 없는 권장사항으로만 그치고 있다”면서 “신축 건물의 배리어프리는 의지의 문제인데, 아직도 장애인 편의 대신 미관상 좋은 것을 따지는 분위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송재현 기자 wow8147@iusm.co.kr 

 

출처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0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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